난장이 영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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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코끼리들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벨기에가 콩고를 지배했던 1930년 8월 이트리 원시림 안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빽빽히 들어선 나무들에 태양빛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코끼리들은 유령처럼 돌아다녔다.

코끼리의 발바닥은 넓적하고 고무질이었기에 그 거대한 몸이 움직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트리 삼림에 사는 소위 삼림 코끼리는 더욱 그랬다. 삼림의 바닥이 축축했기 때문이었다.

여덟 마리쯤 되는 코끼리들은 처음부터 피그미족 사냥꾼들을 노린 것 같았다. 이트리 삼림 코끼리는 아주 음흉하고 위험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모두 같은 종류였으나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생김새와 성질이 달랐다.

가장 수가 많은 초원 코끼리는 덩치는 컸으나 성질은 온화했다.
먹을 것이 풍부했기에 일부 떠돌이 수컷들을 제외하면 다른 짐승들을 해치지 않았고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드물었다.

강변이나 늪지대에서 사는 늪 코끼리는 신경질이었다. 쇠파리나 모기떼들에게 괴로움을 당하고 거머리 등이 달라붙기 때문에 늘 기분이 좋지 않아 호전적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의도적으로 다른 짐승이나 사람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깊은 삼림 안에서 사는 삼림 코끼리는 달랐다.
태양빛이 가려져 어두운 삼림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성질이 음흉했다. 먹이가 부족해 굶주린 경우가 많았다. 삼림 코끼리는 초원 코끼리와 늪 코끼리에 비해 덩치가 작았고 무리의 수도 많지 않았으나 성질이 포악해 다른 짐승들이나 사람을 고의적으로 습격했다.

그 때도 그랬다.
어두운 삼림 안쪽에서 나타난 삼림 코끼리들은 피그미족 사냥꾼들을 습격했다.

하긴 피그미족 사냥꾼들도 코끼리를 사냥하려고 그곳에 들어갔다.
코끼리들이 빈번하게 사냥꾼들을 습격했고 1주일쯤 전에도 사냥꾼 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었다.

사냥꾼들은 스무 명쯤 되었는데 모두 사냥을 잘한다고 선발된 젊은이들이었다.
사냥꾼들은 코끼리들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추적하고 있었는데 코끼리들은 등 뒤에서 나타났다.

코끼리들은 사람들이 추적한다는 것을 알고 뒤로 돌아가 도리어 사람 사냥을 했다. 피그미족 사냥꾼들은 당했다.

피그미족은 수렵족이었고 사냥을 잘했으며 코끼리들도 잡았으나 아무래도 코끼리 사냥은 무리였다.
피그미의 사냥꾼들은 활을 잘 다루었으나 성인 남자의 키가 14세쯤 되는 백인 소년의 키보다도 작았으니 그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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