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 영웅(2)
난장이 영웅(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명포수와 야수
피그미의 사냥꾼들은 코끼리 사냥 때도 창을 사용했으나 그 역시 힘의 한계가 있었다. 창은 코끼리 몸의 두꺼운 지방층을 뚫지 못했다.

더구나 창은 근거리에서 던져야 했는데 그 거리란 코끼리가 한발만 앞으로 나와 코를 쭉 뻗치면 닿을 수 있었다.

피그미는 예부터 독약을 잘 만드는 종족으로 알려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코끼리 사냥에도 그걸 사용했다. 화살촉이나 창날에 독을 묻혀 날렸는데 그건 효과가 있었다. 독이 잘 만들어지고 또 충분한 양이 코끼리 몸안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코끼리가 죽거나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독이 그러한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12시간이 걸렸다. 피그미의 사냥꾼들은 끈질기게 코끼리를 추격하여 다음날 코끼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그런데 코끼리가 사람사냥을 하겠다고 기습을 해 올 경우는 독화살이나 독창은 소용이 없었다. 독이 효능을 나타내기 전에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다.
피그미의 사냥꾼들은 삼림 안쪽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나타난 코끼리들의 기습을 받고 도망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사냥꾼들은 뿔뿔이 흩어져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갔고, 코끼리들은 코를 휘두르면서 그들을 때려잡았다.

처참했다. 세 사람이 죽었고 두 사람의 뼈가 부러졌다. 다음날 아침 쉰 명이나 되는 사냥꾼들을 데리고 현장에 갔던 피그미족 추장은 눈물을 흘렸다. 코끼리들이 코로 때려눕힌 사람들을 발로 밟았기 때문에 시신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다.

그날 여기저기에 있는 피그미의 마을에는 통곡소리가 들렸다.
각 마을의 장로들이 몰려들어 대책을 의논했으나 이렇다 할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살인코끼리를 잡으려고 사냥꾼들을 모집하여 보내면 또 줄초상이 날 뿐이었다.
마을을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마을은 옮길 수 있었으나 사냥터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 일대의 넓은 삼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황금사냥터였다.

그 일대 삼림에는 각종 유실수들이 많아 그것들을 채취하면 반농사가 되었다. 버섯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많은 영양 종류 짐승들이 몰려들었다. 유실수가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곳의 흙에는 소금기가 있었다. 짐승들은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그곳에 몰려들었고 코끼리 역시 그랬다.

각 마을 장로들은 밤새 의논을 했으나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피그미족들은 일찍이 없었던 재난을 당하고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