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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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나조로프는 서피린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강마을로 달려갔다.
강마을에는 쉰명쯤 되는 몽골계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자연보호지구 내에서 사냥이 금지된 후부터 살림이 어려워졌다.
서피린의 시체는 하필이면 어느 집 안방에 있었다. 그것도 벌거벗고 있었다.

범인은 그 집 주인인 오가였다.
오가는 마을의 다른 친구 몇 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블라디보스토크에 돈벌이를 하러 갔다. 어두운 겨울 동안 집안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 몇 푼이라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의 마누라는 독수공방 신세가 되었는데, 혼자 있기에는 겨울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오가의 마누라는 며칠 전 관내를 순찰하면서 가끔 마을에 오는 서피린과 눈이 맞았다. 아직 젊고 아이도 없는 여인은 몇 달 동안을 용케 참았으나 갑자기 봄이 오자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봄은 야생동물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그런 작용을 했다.

서피린과 사라라는 그날 순찰을 돌다가 삼림 이리들이 교미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리들은 온통 진흙속에 빠져 진흙덩이가 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서로 떨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런 젠장….”
그들은 음탕한 이리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강마을로 내려갔다. 그러나 서피린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는 마을에서 오가의 마누라와 눈이 맞았다. 서피린은 그리 음탕한 친구가 아니었으나 계절이 나빴다. 서로 엉켜 몸부림치던 이리들의 모습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피린은 오가의 마누라에게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사라라는 그 안방에서 남녀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봄의 마력에 빠진 인간들의 비명 소리였다.

그것으로 끝냈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나 서피린은 이틀 후 다시 마을에 갔다. 이번에는 사라라까지 다른 여인의 유혹에 빠져 그 여인의 안방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 남녀는 밤새 떨어지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필이면 그때 집주인 오가가 돌아왔다. 그는 안방에서 서피린이 자기 마누라와 몸을 붙여 자는 것을 보고 도끼로 머리를 쳐 죽였다. 그리고 마누라를 반죽음으로 만든 다음 도망가 버렸다. 마누라는 전신에 피멍이 들어 있었으나 죽지는 않았다.

나조로프는 범인인 오가를 추적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범 밀렵자들이 총질을 하면서 범을 쫓고 있었다. 나조로프는 밀렵자들을 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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