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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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나조로프는 밀렵단속에 동원되는 개들이 짖지 못하도록 입마개를 씌웠다. 개들이 짖으면 밀렵자들에게 단속반의 소재를 알려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에는 문제가 있었다. 개들의 입은 짖는 일뿐만이 아니라 적과 싸우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입을 막아놓으면 개들은 적과 싸울 수가 없었다.

나조로프는 밀렵자들과 싸우다가 총에 맞아 죽은 개들을 많이 봤다. 개들이 총을 가진 밀렵자와 싸우는 일은 어리석었다.

밀렵단속을 하는 개들은 오직 밀렵자들의 소재를 알려주면 된다.
소리없이 은밀히 추적을 하여 단속반원들에게 밀렵자들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만이었다.

밀렵자들과 싸워 그들을 체포하는 일은 단속반원들이 해야만 한다. 나조로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개들은 그때도 잘 하고 있었다. 코로 적의 냄새를 맡고 추적하는 개들이 가는 루트와 눈으로 적의 발자국을 보고 추적하는 단속반원들의 루트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는데 나조로프는 그럴 경우에는 개들의 코에 따랐다.

개들은 더 정확하게 추적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름길을 택했다. 밀렵자들이 지그재그로 도망가도 개들은 직선으로 추적을 했다.
추적 이틀째 되던 날 밤 개들이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라는 지시가 없어도 날이 어두워지면 돌아오게 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나조로프는 그런 개들의 표정으로 그들이 밀렵자들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알았어.”
나조로프는 개들에게 짖지 말도록 지시해 놓고 먹이를 주었다. 개들은 입마개가 풀려도 짖지 않았다.
“어미 범을 쏜 것 같습니다.”
쭈구미족 코헨 영감이 발자국을 조사하더니 말했다. 어미범의 발자국이 새끼범들의 그것과 갈라지고 있었다. 어미는 어미대로 새끼들은 새끼들대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건 위험을 느낀 어미 범의 전략이었다. 적들이 자기에게 따라오도록 유인하면서 그 사이에 새끼들이 멀리 도망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어느 구릉 위에서 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들은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계곡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밀렵자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쉬고 있는 것 같았다.
나조로프는 대원들과 개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지시해 놓고 망원경으로 그쪽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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