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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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비신스키는 입언저리에 야릇한 웃음을 띠면서 계속 협상을 하자고 제의했다.
“우리는 여기에 오다가 쭈그미족 곰사냥꾼들을 봤어. 모두 네명이었는데 총도 갖고 있었어. 우리를 풀어주면 그놈들을 잡는 데도 협조하겠어. 범밀렵자를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곰밀렵자를 잡는 일도 중요하지 않겠어?”
그건 그랬다.

쭈그미족 곰밀렵자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을 노렸다. 봄이 되어 굴에서 나온 곰들은 힘이 없었기 때문에 잡기가 어렵지 않았다.

많은 곰들이 비실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중에는 새끼를 갖고 있는 어미들도 있었다. 범도 그랬지만 곰도 역시 멸종위기에 있었다.

나조로프가 그 제안도 거절하자 비신스키는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
“감독관 나리. 당신은 곧 해임되게 되어 있어. 공산당의 높은 어른들이 당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지. 난 그 어른들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들에게 얘기해 당신의 해임을 막아주겠어.”

공산당의 높은 어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나, 공산당이 나조로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공산당 간부들은 범을 잡아 그걸 외국인들에게 팔아 당비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나조로프 때문에 그게 되지 않았다.

나조로프는 그 제안도 거절했다. 범이나 곰들을 팔아넘길 수 없었다.
그들은 라조 원시림의 일부였으며 그들을 멸종시킬 수 없었다. 자기가 해임되더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단속반은 다음날 범새끼들을 사로잡았다. 나조로프는 그때는 개들의 입마개를 풀어주었으며 개들은 힘차게 짖으면서 범새끼들을 추격했다.

개들이 요란하게 짖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두 마리의 범새끼들이 개들과 싸우고 있었다. 제법 큰 놈들이었기에 개들에게 반격을 하고 있었으나 역시 어렸기 때문에 개들에게 치명상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단속반은 개들과 협력하여 범새끼들을 사로잡았다.

범새끼들은 몇 달동안 사육한 다음 다시 원시림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나조로프가 사무실에 돌아가보니 마담 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요리점을 경영하는 여인이었는데 나조로프의 오랜 여자 친구였다.
마담 레나는 매년 봄이 되어 눈과 얼음에 덮여 있던 길이 열리면 으레 나조로프를 찾아왔다. 그리고 겨우내 쌓여 있던 정열을 불살랐다. 그날 밤도 나조로프와 마담 레나는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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