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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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쭈그미족은 몽골계의 소수민족이었는데 농사를 짓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수렵만 했다. 그들은 라조 원시림이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쫓아낼 수가 없었다.

나조로프는 비공식적으로 그들이 먹고 살 정도로 멧돼지나 노루 따위를 사냥하는 것을 묵인해 주고 있었는데 봄철 곰사냥은 묵인할 수 없었다.
나조로프가 마을에 들어서자 촌장이 마중했다.

“나리,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지요?”
촌장은 시치미를 떼고 있었으나 마을 안에 비린내가 떠돌고 있었다. 그들은 삼림감독관이 온다는 정보를 사전에 듣고 잡은 곰의 시체를 감추고 핏자국도 지워버렸으나 냄새는 지우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점은 또 있었다.
나조로프가 촌장의 집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별안간 요란한 소리가 나고 당나귀 한 마리가 뛰어나왔다. 당나귀는 몹시 화가 난듯 곳간의 문을 부수고 뛰어나와 날뛰고 있었는데, 고함을 지르지 못하게 주둥이가 묶여 있었다.

쭈그미족들은 당나귀를 사육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당나귀는 외부 사람이 데리고 온 것이다. 외부 사람이란 뻔했다.

중국계 장사꾼들이 마을에 있다가 삼림감독관이 온다는 말에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었다. 아마도 곳간 같은 곳에 숨어 벌벌 떨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쭈그미족들이 잡아온 곰의 쓸개나 살아 있는 곰새끼 등을 헐값으로 구입하여 중국인 상인들에게 비싸게 팔았다. 곰의 쓸개는 웅담의 재료가 되고 곰새끼들은 서커스단에서 원했다.

나조로프는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사를 하여 쭈그미족들이 곰을 잡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관련자들을 모두 구속해야 하는데 나조로프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쭈그미족들은 선량한 부족들이었으며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왔다.

이미 잡혀 죽은 곰을 되살릴 수도 없었다.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앞으로 더 죽지 않아야만 했다. 밀렵 단속은 예방을 해야만 했다. 나조로프는 촌장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나는 누군가가 곰사냥을 했다는 정보를 듣고 왔소. 곰사냥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곰을 잡은 사냥꾼만 아니라 그를 숨겨준 사람들까지 처벌받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소.”

나조로프는 촌장에게 강한 경고를 했다.
그런데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없었다. 곰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사냥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곰을 사냥하러 나간 것이다. 그들을 그냥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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