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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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나조로프는 곰사냥에 나간 쭈구미족 사냥꾼들을 단속하기로 했다.
나조로프와 그의 부하들은 그날 삼림 안에서 곰사냥꾼들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여덟 명쯤 되어 보였다.

라조 삼림에 사는 곰들을 그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은 곰들이 어디서 겨울잠을 자고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을 훤히 알고 있었다.

나조로프는 그들이 매년 스무 마리 이상 곰들을 잡는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성숙한 암곰은 3~4년에 한 번쯤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나 새끼의 생존율은 극히 낮았다. 그대로 두어도 곰의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매년 스무 마리의 곰이 죽는다면 곰은 멸종위기에 놓인다. 삼림에는 대략 300마리쯤의 곰들이 살고 있었으나 그 수가 급감하고 있었다. 곰들의 발자국도 발견되었다. 두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어미곰이었는데, 젊은 수컷으로 보이는 또다른 곰은 그들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곰들은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제 곧 해안선에 있는 강에 연어들이 돌아온다. 그동안 바다에 나가 있던 수십만 마리의 연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돌아오는데, 곰들은 그걸 노리고 있었다.

쭈구미족 사냥꾼들은 원시림에 사는 곰들이 해안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고, 그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사냥터도 알고 있었다.

“빨리 가야만 돼.”
나조로프는 순찰대의 분대장격인 코엔 영감을 독촉했다.
쭈구미족 출신인 그 영감은 일부러 천천히 추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나조로프는 쭈구미족 사냥꾼들을 미행하는 또 다른 발자국들을 발견했다. 다섯 명쯤 되었는데 모두 커다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삼림의 강도단들이었다. 그들은 범이나 곰 등 짐승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짐승들을 잡는 사냥꾼들을 잡았다. 몰래 사냥꾼들을 미행하다가 사냥꾼들이 범이나 곰을 잡았을 때 사냥꾼들을 죽이고 잡은 짐승과 사냥꾼들이 갖고 있는 총 등을 뺏어갔다.

그들은 라조 원시림에서 가장 잔인한 살인자들이었다.
그들은 백인들이었으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본디 시베리아에는 유형수(流刑囚)들이 많이 살고 있었으므로 그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 있었으나 나조로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조로프는 몇 번이나 그들을 잡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들은 원시림의 지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으며 신출귀몰했다.

그들은 또한 정확한 사격을 했으며 그들이 기습한 사냥꾼들은 모두 죽었다. 유형수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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