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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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람사냥꾼들은 동남쪽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쪽이었다. 나뭇가지로 비를 만들어 자기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려고 했으나 밀렵단속반들은 그런 수작에 속지 않았다. 그들은 발자국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도망자들과 추적자들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나조로프는 살인자들이 군의 경비지역에 도착하기 전에 그들을 잡기로 하고 빠르게 추적을 했다. 그날 오후에 거리가 500m쯤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군경비지역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킬게리코라는 큰 산을 하나만 더 넘으면 경비지역이었으며 그곳에는 군 당국의 허가없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함부로 들어가다가는 경비병들에게서 일제 사격을 받아 몰살된다.

“나리, 여기를 보시오.”

큰 산으로 올라가는 짐승길에서 쭈구미족인 코헨영감이 멈췄다.
그는 발자국 추적의 명수였으며 그의 추적을 받은 짐승은 절대로 도망치지 못했다.

발자국이 하나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발이 빠른 놈 한 명이 대열에서 떨어져 먼저 달려가고 있었다. 일행보다 먼저 부대에 도착하여 구원부대를 끌고 올 생각인 것 같았다.

나조로프는 그 자를 잡기로 했다.
그 자는 사람사냥꾼들 중에서 가장 힘이 좋고 걸음이 빠른 자였으나 나조로프는 30년 동안을 그곳 산림에서 살아온 산사람이었다. 나조로프는 부하들에게 계속 추적을 하라고 지시해 놓고 혼자 뛰었다.

나조로프는 표범처럼 민첩했다. 그는 나무들과 바위 뒤로 몸을 숨기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그 산은 높이가 3000m를 넘었으며 산 뒤쪽은 아직도 눈과 얼음에 덮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사냥꾼은 그 산을 바로 넘지 않고 산허리를 멀리 돌아가고 있었다.

산허리에는 얼음과 눈이 녹아 땅이 절벅거리고 있었으며 그 진흙이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래도 살인자는 있는 힘을 다해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조로프는 바로 그 산을 넘어갔다. 얼음과 눈에 덮여 있었으나 나조로프는 산사람이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나조로프는 산을 넘어 바위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사냥꾼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허덕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스물대여섯쯤 되는 젊은이였다.

나조로프는 살인자를 보낸 다음 그 뒤에서 조용하게 말했다.
“총을 버려. 나는 삼림 감독관이다. 네 놈이 말을 듣지 않으면 사살할 권리를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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