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17)
라조 원시림의 봄(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명포수와 야수
아카데미 위원 바르샤는 마담 레나의 사촌 언니였다. 마담 레나는 나조로프가 공산당 블라디보스토크 시당부의 음모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긴 레닌그라드에 있는 아카데미는 이미 라조 자연보호국에서 묵묵히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나조로프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생활비도 안 되는 빈약한 보수를 받고 밀렵자들과 싸우고 있는 그 사나이의 신념을 알고 있었다.

바르샤는 나조로프에게 빨리 공산당 시당부의 비행을 조사하라고 요청했다.

“언니, 나도 함께 하겠어. 나도 이 사람을 돕겠어.”

“장사는 어떻게 하고 그런 일을 하겠다는 거야?”

“장사는 당분간 휴업할 거야.”

“그런 짓 하면 장사는 영원히 못할 거야. 공산당 뿐만 아니라 많은 밀렵자들과 그들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너를 못살게 굴텐데….”

“그래도 좋아. 장사를 못해도 좋아”

바르샤는 웃었다. 그녀는 동생이 얼마나 그 사나이를 사랑하는지를 짐작했다. 동물학을 전공하는데 열중한 나머지 혼기를 놓쳐 아직도 독신으로 있는 바르샤는 그런 동생이 부러웠다.

“좋아. 그럼 네 마음대로 해.”

바르샤는 다음날 검찰국에 갔다. 그리고 나조로프의 고문을 받고 살해되었다는 육군상사 풀카의 시체를 검시했다. 검시서를 작성한 군의관이 입회했다.

‘검시를 하겠다지만 제가 얼마나 하겠어?’
군의관은 속으로 냉소하고 있었다.

풀카의 시신은 처참했다. 창백한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군 소속 부대의 묵인 아래 공산당의 지시로 밀렵과 살인을 일삼아 온 그는 공산당을 철석 같이 믿고 있었으나 그게 아니었다. 공산당이란 본디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같은 동료라도 냉혹하게 처단해 버리는 집단이었다.

“치명상이 흉부와 복부에 가해진 타격이라는데, 정확히 어느 쪽이 치명상이지요?”

“양쪽 모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흉부에 가해진 이 타격이 치명상입니다. 늑골이 두 개나 부러져 있고 부러진 뼈가 심장을 찌르고 있잖아요. 복부에 가해진 타격은 그것뿐이오. 그 때문에 내장이 상한 것 같지는 않은데….”

군의관은 놀랐다. 그는 그 여인이 동물 시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 시체도 다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검시관은 아무런 반대 의견도 내놓지 못했다. 잘못을 시인한 셈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