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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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 마을에는 몽골계 소수민족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는데 고작 스무명 정도였다. 그런데 불빛이 너무 밝았다.

밀렵단속반은 배에서 내려 발자국 소리를 죽이면서 접근했다. 대여섯 채쯤 되는 원주민들의 흙돌집 사이에 원목집이 있었다. 꽤 큰 건물이었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작업장이었다. 밀렵 야수들의 껍질을 벗겨 손질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어디서 본 사람들이었다. 체구들이 건장했고 사냥복을 입고 있었다. 군복은 아니지만 비슷한 옷들이었으며 신고 있는 구두들은 모두 군화였다.

바로 그놈들이었다. 죽은 풀카 상사와 함께 쭈구미족 곰사냥꾼들을 죽이고 곰을 약탈해 간 살인강도들이었다.

그들에게 반격할 틈을 주면 안된다. 그들은 사람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직업 살인자들이었다.

시간을 끌면 안된다. 그곳은 사실상 군 관할지역이었으며 언제 순찰병들이 들이닥칠지 몰랐다.

밀렵단속반은 소리없이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삼림 감독관이다. 모두 손을 들어올려. 말을 듣지 않으면 사살한다.”
작업장 안에는 박제사로 보이는 백인 세 명이 있었고, 그 안에는 별도의 방이 있어 거기에 사람 사냥꾼 세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백인 여인들이 그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기습을 당한 사람 사냥꾼들은 손을 들어올렸다. 항복한 것은 아니었다. 세 명 중 한 명이 조용하게 말했다.

“삼림 감독관, 당신은 월권행위를 하고 있어. 나는 제3연대 특수부대 바론스키 대위요. 신분증이 호주머니에 있으니 그걸 확인하고 월권행위를 중지하시오.”

“그럴 필요 없소. 나는 지금 밀렵자를 잡고 있소. 그리고 그들이 저지른 살인강도행위도 조사하려고 해. 당신들의 신분이 뭣이든 그건 관계없소.”

“감독관,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것 같소. 삼림 감독관에게는 현역 육군대위를 구속할 권한이 없소.”

나조로프는 그런 항의를 무시했다. 그는 그들 세 명과 박제사 세 명 등 모두 여섯 명에게 수갑을 채웠다.

바론스키 대위는 차갑게 웃고 있었다. 하얀 피부, 파란 눈, 엷은 입술, 전형적인 러시아인의 얼굴이었는데, 그 웃음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인자의 표정이기도 했다.

“삼림 감독관, 그렇다면 본관에게는 담배를 한 대 태울 권리도 없겠소. 그리고 내 부하들이 화장실에 갈 권리도 없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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