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19)
범의 나라 인도(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명포수와 야수
코벨트는 그날 밤 염소 새끼 한 마리를 미끼로 산림 안에 매어두었다. 불쌍했지만 식인범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마침 달밤이었으며 염소가 가느다랗게 울고 있었다.

코벨트와 이든은 같은 나무 위에 숨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기온이 급강하하고 있었다. 남인도에서도 한밤중에는 기온이 3~4도까지 떨어질 경우가 있다.

밤사냥을 나가는 박쥐떼가 머리 위로 날아가 버리자 밤은 조용해졌으나 결코 평화로운 고요함은 아니었다. 순조로운 사냥도 아니었고….
염려했던 대로 자정께 이든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아직 인도의 밤기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든은 함께 나무에서 내려가겠다는 코벨트를 말리고 혼자 나무 위에서 내려갔다. 달밤이었기에 그 밝음 속에서는 범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배가 아프다고 변을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었다. 그 냄새가 숨어 있는 사람의 소재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었다.

이든은 조용하게 혼자 산림 안쪽으로 들어갔다. 코벨트의 지시로 하얀 칠을 한 마른 손바닥을 가끔 코벨트가 있는 곳을 향해 벌려주기 때문에 급해지면 코벨트의 원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든은 꽤 멀리 산림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살기가 느껴졌다. 미끼로 매어 둔 염소 새끼의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이든이 겨우 볼일을 보고 일어서려고 했을 때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발이 풀을 밟는 소리였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200㎏이나 되는 몸무게를 없앨 수는 없었다.

이든은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손전등을 켰다. 손전등은 밤사냥을 하는 인도의 사냥꾼들이 어쩔 수 없이 들고 다니는 도구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을 앗아가는 흉물이기도 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런 불을 켠다는 것은 나 여기 있으니 잡아 먹으시오 하는 말과 같았다. 얼마나 많은 사냥꾼들이 그런 실수를 해서 죽었을까.

그때도 그랬다. 갑자기 범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폭발하는 듯한 노호였다. 등뒤에서 20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불을 꺼. 그리고 빨리 엎드려.”

나무에서 뛰어내린 코벨트가 달려오면서 고함을 질렀다. 코벨트는 범을 위협하려고 공포를 쏘았다.

그러나 때가 늦은 것 같았다. 이든은 바람을 가르는 범의 도약소리와 거친 입김을 느꼈다. 이든은 자기의 목줄을 노리고 덮쳐드는 범에게 본능적으로 총신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든은 쾅하는 충격을 느꼈다. 범의 앞발이 총신을 후려치고 낯을 스치고 지나갔다. 뜨거운 피가 분출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