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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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코벨트는 20여 년간의 범사냥 경험으로 인도의 하늘을 도사처럼 볼 줄 알았다. 계절풍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곧 장마가 질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이슬이 뿌려지는 계절이다.

코벨트는 그걸 알고도 계속 추적을 했다. 비를 피할 곳도 없고 우비도 없었으나 코벨트는 그저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중에 모닥불을 피울 곳이 있으면 불을 피워놓고 식사를 했다.

늘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잠을 잘 때는 베개 대신 쓰는 검은 식빵을 칼로 잘라 한두 조각 먹고 도중에 잡은 노루나 토끼 고기를 구워 먹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범이나 표범이 잡아놓은 고기를 얻기도 했다.

“캡틴, 이 비는 언제까지 내리겠습니까?”

“꽤 오래 갈 것 같아. 이번 주 내내 내릴 것 같기도 하고…. ”

그러면서도 그는 추적을 중단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든 눈이 내리든 그는 그저 추적을 할 뿐이었다.

이든은 검은 빵을 씹고 있는 코벨트의 옆얼굴을 봤다. 인도인처럼 피부가 검게 타 있었고 거칠었으며 굵은 힘줄이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거인의 얼굴이었다. 인도의 많은 고행자들처럼 자기의 고생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든은 어느새 그 인도 거인의 마력에 빠져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했다.
코벨트의 예언대로 비는 사흘동안이나 계속 내리고 있었으나 코벨트는 추적을 중단하지 않았다. 밤에는 나무 위에서 비를 맞을 때도 있었다.

닷새째 되던 날 밤, 어느 지주가 코벨트 일행을 초청했다. 자기 영토 내에서 희생자가 넷이나 났다는 말이었다.

코벨트는 그의 얘기를 다 듣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그때 코벨트의 눈이 번쩍였다. 사냥꾼만이 갖고 있는 살기가 그 눈빛 속에 있었다.

“이 놈은 범이 아닙니다. 표범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개들입니다. 이 부근에 사는 영국인 사냥꾼들이 사육하는 개들이 식인개로 둔갑했습니다.”

코벨트는 그 부근에 영국인 사냥꾼들이 개를 시켜 사냥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살인자가 바로 그들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점잖은 코벨트답지않은 날카로운 욕설이 그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들보다 더 나쁜 놈들도 있어요. 영국 요크셔지역에서 온 부리더(개사육가)들입니다.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식인개를 사육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책임은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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