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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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영국의 군인 출신 귀족들이라 자존심이 병적으로 강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키트 대령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영국 고급관리들이 모두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며 대령이 사육하는 용맹한 영국의 사냥개를 찬양하고 있었다.

“이보쇼, 캡틴 코벨트. 난 당신이 수십 마리의 식인범을 잡은 훌륭한 사냥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당신은 범은 잘 알고 있겠지만 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소.”

키트 대령의 부관이 덤벼들었다.

“대령님은 근거없는 주장은 하지 않는 분입니다. 옆방에 가면 대령님이 사육했던 개들이 범들을 잡은 사진들이 있고 직접적인 증거품들도 있소.”

어떠한 사진이나 증거품도 마스티브가 범과 1대1로 싸워 범을 죽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없었다.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은 부관의 안내를 받고 우르르 옆방으로 갔고 코벨트도 그랬다.

쓰러져 있는 범 옆에 우뚝 서 있는 개는 아닌 게 아니라 괴물 개였다. 몸무게가 80㎏이나 되는 그 개는 힘으로 범을 압도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코벨트는 쓰러져 있는 범의 앞발에 주목했다. 발톱이 두 개 없었다. 옛날 총에 맞은 듯 두 개가 없었으며 그런 상대의 범은 병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범의 앞발은 강한 무기이며 개 같은 상대는 그 앞발에 맞으면 큰 충격을 받았다.

“개가 먼저 범을 공격했습니까?”

“그렇소.”

코벨트는 상세하게 질문했다. 그 결과 진상이 밝혀졌다. 그날 대령은 대규모의 몰이 사냥을 했다. 쉰 명이나 되는 지방 사냥꾼들을 동원하여 식인범을 포위했고 자기는 코끼리를 타고 있었고 코끼리 옆에 문제의 마스티브 투견들이 있었다.

마스티브는 코끼리에 타고 있는 주인의 지시를 받고 사람들에게 포위되어 힘이 빠져 있는 병신범에게 덤벼들었다. 동료 개 두 마리도 함께 덤벼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범과 개의 싸움은 다음날 신문에 상세하게 보도되었다. 아침 신문에 개가 범을 잡았다는 대령의 주장이 크게 보도되자 인도 사람들이 분격했다.

인도 사람들은 정말 이상했다. 그들은 늘 범에게 피해를 보면서 범을 미워하고 있었으나 인도의 범이 영국의 개에게 졌다는 얘기에는 분격했다. 인도의 범이 어떻게 영국의 개 따위에게 지겠느냐는 말이었다. 아무리 미워도 인도의 범은 인도의 범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세고 영리한 산림의 왕이었다.

그래서 그때 대령의 개가 인도의 병신범과 싸우는 것을 직접 목격했던 인도인 사냥꾼들이 사실을 폭로했다.

한 마리의 개가 싸운 것이 아니라 세 마리의 개가 벌벌 떨면서 주인의 독촉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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