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나라 인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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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코벨트는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새벽 서너시께 날이 희끄무레해지자 코벨트와 이든은 전날 양의 사체를 놓아두었던 숲 속으로 가봤다.
온통 핏자국이었다. 짐승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자국이었다.

“개야. 대형 포인터가 표범에게 당했어.”

코벨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포범이 개를 쓰러뜨리고 목을 물어뜯었다. 개는 죽지 않고 도망갔으나 치명상이었으며 하루 이상 더 살지 못할 것 같았다.

“표범은 상처를 입지 않았어. 상대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걸 알고 이곳을 떠났어.”

그건 일종의 사냥터 싸움이었으나 유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대형 포인터는 표범에게 맥을 추지 못했다.

코벨트는 포인터가 도망가고 있는 핏자국을 조용하게 추적했다. 그는 표범을 잡지 않기로 했다. 막대한 현상금이 걸려 있는 식인 개에게 치명상을 입힌 표범에게는 오히려 포상을 해야 할 판이었다.

“쉿, 저기를 봐.”

저쪽 산림 안에 버려진 오두막이 한 채 있었고 개들이 서너 마리 드나들고 있었다. 사람은 없었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도 없었다.

사람이 오두막과 개를 버리고 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제멋대로 떠돌아다니던 개들이 주인 없는 집을 차지한 것일까.

최근 인도에는 그런 백인 포수들이 많았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사냥을 즐기겠다고 각종 사냥개들을 데리고 왔다가 사냥이 잘되지 않자 그만 개들을 버리고 가버렸다. 사냥의 의무와 도의를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며 그들 때문에 주인 잃은 개들이 인도 도시의 근교 산림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 주인 잃은 사냥개들은 살기 위해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사냥을 했는데 떠돌이 개들은 야생짐승들뿐만 아니라 민가에서 사육하는 가축들도 잡아먹었다.

그리고 일부 개들이 사람 사냥까지 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을 덮치는 사냥개들은 야생짐승들보다 교묘했다. 사람들에게 사육당한 그들은 사람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주로 밤중에 저항력이 없는 아이들을 습격했다.

표범에게 당한 포인터는 오두막 밖에 쓰러져 다른 개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봐주는 개들이 없었다. 개는 무리생활을 하는 짐승이었으나 이럴 경우에는 동족애가 없는 차가운 짐승이었다.

코벨트와 이든은 몰래 접근해 그곳에 있던 네 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집안에는 새끼들이 서너 마리 있었으나 그들도 모두 사살했다. 사람의 고기를 맛본 개는 어떠한 이유로도 살려 둘 수 없었다. 코벨트는 그 후 개들을 버리는 사냥꾼들을 처벌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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