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강 니제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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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니제르강의 북쪽 대안에는 사바나가 있었고 그게 바로 사하라사막과 연결되어 있었다. 건기가 되면 사바나의 나무와 풀들이 말라붙어 사막이 되어 버렸다.

강의 남쪽은 습지였고 잡초지가 되어 있었는데 비가 많이 오면 그런 습지나 잡초지는 모두 강줄기에 흡수되었다.

니제르강 남쪽 유역의 주민들은 습지에서 고기를 잡고 잡초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리고 북쪽 유역 주민들은 사바나에서 소나 양을 방목하면서 살았는데, 건기가 되면 멀리 강 하류쪽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가축들을 몰고 가기도 하고 아예 뗏목에 실어 나르기도 했다.

니제르강 유역에는 이름 없는 소수민족들이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고대 때부터 타민족에게 잡혀 노예로 팔렸다. 물론 미국에 아프리카 노예들이 팔려 나갈 때는 그곳 노예들이 가장 많이 팔려 나갔다. 이미 노예로서 복종과 할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번즈 교수는 니제르강에서 뗏목을 타고 가는 그곳 원주민들을 봤다.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타고 가는 배는 뗏목이라고 하지만 종전에 살던 나무집을 뗏목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반사막지대인 니제르는 나무가 귀한 곳이었으므로 유목이나 나무상자를 뜯어낸 것들을 너덜너덜 붙여 만든 배였으며 빗물이나 햇볕을 막기 위해 짚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그런 것에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 지역에 눌러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이었는데 얼굴에 도무지 표정이 없었다. 온갖 고생을 그대로 흡수해 버린 표정이었으며 어쩌면 수백년, 수천년에 걸쳐 내려온 민족 오욕사(汚辱史)가 그 얼굴에 흡수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번즈 교수의 요트는 그런 뗏목들 사이를 천천히 뚫고 나가다가 뜻밖의 얼굴을 봤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하얀 이빨이 드러나 있는 아이의 얼굴이었다. 번즈 교수는 그 아이가 타고 있는 뗏목과 나란히 가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밥 먹었니?”

번즈 교수가 인사를 했다. 어학의 천재라는 그는 1주일 만에 벌써 웬만한 원주민말을 할 줄 알았다.

번즈 교수가 자기들 말을 하는데 놀란 어른들이 인사에 대답해 주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저쪽, 저 남쪽 대안에 살고 있었는데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말라붙었다. 그래서 아직 땅이 마르지 않은 하류쪽으로 간다.”

“혹시 이 부근에서 백인여자를 보지 못했는가? 머리카락이 은색이고 눈동자가 푸르다.”

그러자 아까 그 아이가 손뼉을 쳤다.

“안다. 알아. 그 백인 아줌마는 나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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