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포수와 야수
“선생님, 여기를 보십시오.”다니엘 교수가 거의 말라붙은 상태로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세류를 손가락질했다.
세류는 흙탕물이었는데 가만히 보니 거대한 뱀장어와 물뱀 한 마리가 싸우고 있었다.
독사가 본류로 들어가려는 뱀장어의 길을 막고 있었는데, 뱀장어는 도리어 그 독사의 대가리를 꽉 물고 천천히 삼키고 있었다. 싸움은 뱀장어가 이긴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뱀장어는 그전에 독사에게 물려 몸이 마비되고 있었다.
그 싸움은 무승부였다. 상반신이 뱀장어의 아가리 안에 들어가 있는 독사도 그대로 죽어버렸다.
“됐어.”
소년은 신이 났다. 소년은 뱀장어와 독사를 한꺼번에 큰 항아리에 넣어 버렸다.
“아차.”
번즈 교수는 그제야 양념 냄비에 뱀장어와 뱀의 대가리가 함께 있는 이유를 알았다.
번즈 교수가 먹은 뱀장어 덮밥요리는 일본의 가바야기 덮밥보다 맛이 있었는데, 그건 거기에 뱀고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요리 천국인 중국 사람들은 뱀고기야말로 천하 일미라고 여기고 있었다.
다니엘 교수는 웃었다. 그녀도 그 뱀장어와 뱀의 양념조림 요리를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이 빠져나간 세류에는 뱀장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메기, 가물치, 폐어 등과 이름 모를 괴상한 고기들이 흙탕물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보통 고기 같으면 벌써 죽었을 터이지만 그들은 공기 호흡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았다.
그들은 우기 때 알을 낳기 위해 세류로 들어갔다가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니제르강의 주민들은 통발로 그 고기들을 잡았는데, 고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식량의 반 이상을 충당했다.
일부 주민들은 니제르강에서 잡은 고기들을 말려 수출을 했다. 바다 구경도 못 하는 아프리카 내륙에 사는 주민들이 말린 고기를 수출한다는 말은 이상하게 들렸지만 사실이었다.
니제르강의 주민들은 그만큼 니제르강에 의존하며 살고 있었다.
번즈 교수와 다니엘 교수는 다음날 보트를 타고 소년 가족의 뗏목을 뒤따라갔다.
뗏목은 천천히 흘러가다가 이틀 후 어느 강변에 멈췄다. 먼저 그곳에 도착한 소떼를 돌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곳은 사바나였고 소들이 뜯을 수 있는 말풀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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