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강 니제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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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뗏목을 타고 가던 니제르 주민 가족 가장과 장정 두 사람이 그곳 사바나에 상륙했으나 뭔가 두렵고 불안한 것 같았다. 그들은 창과 손도끼 등 무기를 갖고 있었으나 사방을 두리번거릴 뿐 움직이지 못했다.

번즈 교수와 다니엘 교수도 상륙하여 그들에게 두려워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곳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규정된 적선지대였다.

“표범이 가축들을 노리고 돌아다닙니다. 사흘 전에도 소 한 마리와 사람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표범이라는 짐승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다. 낮기온이 40도나 되는 그 사바나에는 사자와 치타는 물론 하이에나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표범은 소떼의 뒤를 사신(死神)처럼 따라다녔다.

“그런데 당신들은 왜 여기에 상륙했소?”
“소들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전에 있던 목초지가 가뭄으로 모두 말라버리자 서른 마리쯤 되는 마을의 소들은 굶주렸다.

소들이 죽으면 그 가족들도 죽게 되어 있었다.
소들은 그들의 전재산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소들을 뗏목에 싣고 사바나로 옮겨 놓았으나, 소들은 불안에 떨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소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표범의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좋아요. 우리가 도와주겠소.”
번즈 교수는 사바나 안쪽으로 들어가 불을 피웠다. 마른 나뭇가지와 쇠똥 등으로 모닥불을 피워놓자 소들이 모닥불 주위로 몰려왔다. 소들은 본능적으로 사람들과 그들이 피워놓은 모닥불이 자기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느낀 것 같았다.

번즈 교수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으나 표범은 없었다. 아니 없었다기보다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표범이란 은신술의 명수였으며 사람들의 눈으로 발견할 수가 없었다.
표범을 발견할 수는 없었으나 살기가 느껴졌다. 육식짐승이 풍기는 살기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들이 겁을 먹고 모닥불 주위를 돌고 있었다.
표범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았으며 소들은 거기에 따라 사람과 모닥불을 방패로 삼으려고 돌고 있었다. 표범과의 사이에 사람과 모닥불을 끼워놓겠다는 작전이었다.

번즈 교수는 늙은 두목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 두목소는 다른 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하고 있었다. 두목소에게는 무리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두목소는 무리 앞에 나와 표범과 대결하고 있었다. 대가리를 숙여 표범이 덤벼들면 언제든지 반격할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번즈 교수는 두목소의 시선이 가는 곳을 살피고 있었다. 표범은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어둠이 점점 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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