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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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산골마을 사람들은 그 표범을 요괴라고 부르면서 미워했다. 사실 그놈은 요괴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발자국은 분명 찍혀 있었으나 아무리 살펴봐도 발견을 할 수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요괴는 지난해 가을 서두수 상류 산골마을에 사는 나무꾼 한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때 세 사람의 나무꾼들이 함께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맨 뒤에서 내려오던 장정 한 사람이 없어졌다.

불과 열서너 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앞서가던 사람들은 동료가 요괴에게 물려 끌려가는 것을 몰랐다. 요괴는 단풍진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소리없이 나무꾼의 등뒤에서 덤벼 들어 목덜미를 물고 끌고 갔다. 나무꾼은 목덜미를 콱 물려 있었기 때문에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했다.

나머지 나무꾼들은 한참 후에 핏자국을 발견했으나 겁에 질려 추격을 못했다. 그들은 인근에 있는 산골마을 장정 대여섯 명을 데리고 함께 핏자국을 추격했으나 표범은 물론 끌려간 나무꾼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표범은 먹이를 나무 위로 끌고 올라가 숨겨 둔다는 말이 있었다. 범 등 다른 짐승들이 올라갈 수 없는 곳에 먹이를 숨겨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는다는 말이었다.

표범은 유독 사람들이 사는 야산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못된 짓을 했으나 높은 산이나 삼림 깊숙한 곳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범 때문이었다.
그 곳에는 털범이라고 부르는 만주범 한 마리가 몇 백㎢나 되는 광대한 영지를 갖고 있었는데 그 범은 표범만 보면 덤벼 들었다.

범은 며칠에 한 번씩 높은 산날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영지를 순찰했는데 십 리나 되는 거리에서도 산중복이나 산기슭에서 움직이는 토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다. 범은 천리안(千里眼)을 갖고 있었는데 표범도 가끔 그 감시에 걸렸다.

범은 멧돼지나 사슴 등 좋은 먹이를 발견했을 때도 그 사냥을 중단하고 표범에게 덤벼 들었다. 범은 표범을 먹이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고 자기 영지를 침범한 적으로 간주했다. 표범은 범이 먹는 것과 같은 먹이를 잡아먹었고 그놈이 돌아다니면 다른 먹이들이 도망가버렸다.

표범은 범이 덤벼 들면 기겁하고 도망갔다. 기겁한 표범은 범을 피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안까지 뛰어들었다. 범이 사람들이 있는 곳에까지 따라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표범은 그렇게 간사한 짐승이었다.

간사한 표범은 사람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양, 돼지, 토끼, 닭 등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밤중에 그 가축들을 덮쳤다. 사람들은 밤에는 잠을 자고, 일어난다고 해도 밤눈이 어둡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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