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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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람들은 그런 표범을 막기 위해 개들을 길렀으나 소용이 없었다. 표범은 개고기를 좋아했으며, 마을을 지키는 개들을 도리어 밥으로 삼았다.
그 곳 산간마을 사람들은 표범 때문에 가축을 기르지 못했다. 중요한 생계 수단인 축산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곰, 멧돼지, 사슴, 노루들 때문에 논이나 밭을 경작하지 못했던 산골마을 사람들이었다.

산간마을 사람들은 표범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고, 독인 든 먹이를 뿌려 놓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 것에 걸릴 표범이 아니었다.
산간마을 사람들은 무산에 사는 포수들을 불러봤으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표범은 요괴처럼 신출귀몰했으며 포수들은 몇 날 며칠 헛수고만을 했을 뿐이었다.

산사의 중들도 표범에게 당했다.
짐승을 사랑하는 주지스님은 산사의 경내에 짐승들이 들어와도 쫓아내지 않았고 한겨울 사슴이나 노루가 굶주릴 때는 먹이까지 주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사슴과 노루들이 평화롭게 경내에서 돌아다녔고 새끼까지 데리고 온 사슴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봄 표범이 경내에까지 들어와 사슴과 노루들을 덮쳤다. 표범은 꼭 스님들이 잠든 한밤중에 바람소리를 타고 경내에 들어와 소리 없이 사슴과 노루들을 물고 갔다.

신성한 경내에 뿌려진 핏자국을 보고 주지스님도 크게 노했다. 웬만한 일에는 노하지 않는 스님이었으나 그때는 점잖지 못한 고함을 질렀다.
주지스님은 표범이 며칠 만에 한 번씩 경내에 들어와 사냥을 하는 것을 보고 더이상 참지 못했다. 스님들은 막대기와 몽둥이를 들고 산사 주위 산을 돌아다녔다. 살생을 하지 않는 중이 표범을 죽일 수는 없었으나 멀리 쫓아버릴 생각이었다.

하긴 산사의 중들은 예사 중들이 아니었다. 주지스님을 모시고 있는 두 사람의 젊은 중은 봉술에 뛰어난 무술 스님들이었다. 그들은 잘 단련된 몸을 갖고 있었으며 날렵하게 뛰고 날았다. 여덟 자쯤 되는 참나무 막대기를 풍차처럼 돌렸다.

주지스님의 승낙을 받은 무술중들은 표범의 발자국을 추적했으나 듣던 대로 그놈은 요괴였다.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가 없었고 발자국까지 없어졌다.

무술스님은 사흘 동안이나 헛수고를 했고 그동안 경내에서 또 사슴 한 마리가 물려 갔다. 그 사슴은 꽤 큰 수사슴이었으며 무게가 60관(240㎏)이나 나갔다.

표범은 그런 사슴의 시체를 끌고 갔고 그 핏자국은 굵은 줄이 되어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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