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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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표범은 사슴의 시체를 숲 속으로 끌고 갔다. 표범은 거기서 사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우선 먹어 치웠다. 그리고 사슴의 대가리도 잘라 버렸다. 사슴의 무게를 줄이려는 수작이었다.

표범은 먹기도 많이 먹었다. 내장을 다 먹었고 뒷다리 하나도 거의 다 뜯어 먹었다. 5관(20㎏)이 넘은 양이었는데 그건 표범의 몸무게의 3분의 1을 넘었다.

식사를 마친 표범은 쉬지 않고 남아 있는 먹이를 끌고 산을 두 개나 넘어 갔다. 그런 무거운 먹이를 끌고 가는데도 표범은 꽤 빨랐다.
무술중들은 그날 오후 늦게 어느 잡목림 안에서 표범의 발자국을 놓쳤다. 벌겋게 피가 묻어 있는 발자국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젠장.”
무술중들은 당황했다. 더이상 추적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서 소리가 들렸다. 계곡에서 표범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표범이 거기 있었다. 표범은 사슴의 시체를 언덕 위에까지 끌고 가 거기서 떨어뜨렸다. 20m쯤되는 절벽이었는데 그건 힘이 들지 않는 운반법이었다.
표범은 그렇게 추적하는 중들을 속였으나 속일 수 없는 추적자가 또 있었다. 한 무리의 까치들이 표범을 따라오고 있었고 그 까치들은 또 다른 추적자들을 불러 들였다.

세 마리의 늑대들이 멀리서 표범을 포위하고 있었다. 늑대들은 그저 표범이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었으나 그게 표범의 신경에 거슬렸다.
표범은 고함을 질러 위협했으나 까치도 늑대도 도망가지 않았다. 늑대들은 표범이 으르렁거리면서 다가서면 뒷걸음을 쳤으나 이내 되돌아왔다.

그 곳의 늑대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먹이 경쟁자들이었다. 늑대들에게는 믿는 데가 있었다. 네 마리의 늑대들이 산에서 내려와 합류를 했다.
늑대가 일곱 마리나 되면 표범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표범은 늘 혼자 다니는 짐승이었으나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는 짐승들이었다.

좀전까지는 곁눈으로 표범을 보고 있던 늑대들은 이젠 똑바로 표범을 노려보면서 포위망을 좁혀가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 먹이 내놓아라는 협박이었다.

표범은 모처럼 잡은 먹이를 내놓지 않으려고 늑대들에게 덤벼 들었으나 그런 위장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공격을 받은 늑대는 얼른 도망갔으나 뒤쪽에 있던 늑대가 표범의 꼬리를 물었다.

표범은 펄쩍 뛰어오르면서 몸을 돌려 뒤에서 덤벼드는 늑대를 피했으나 이번에는 앞에 있던 늑대가 덤벼들었다.
짐승들의 싸움에서는 고군분투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늑대들과 표범의 싸움에서는 중과부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늑대란 본디가 무리싸움을 잘 하는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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