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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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늑대들은 표범과는 달리 산사의 경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경내에 사는 사슴, 노루 등 사냥감이 있어도 멀리 주변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늑대들은 산사의 경내를 사람들의 영토라고 인정하는 것 같았다. 범도 역시 산사의 경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산사 주변의 평화가 유지되어 왔었는데 그 해 초겨울에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그날은 북쪽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쳐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고 초저녁에는 눈가루까지 날리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중 한 사람이 아궁이의 불을 더 지피려고 법당문을 열었을 때 무엇인가 총알처럼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슴 새끼였다. 생후 대여섯 달쯤 되는 사슴 새끼가 방 한 구석에서 눈을 커다랗게 뜨고 오들 오들 떨고 있었다.

“문을 빨리 닫아. 무엇인가 큰 짐승에게 쫓기고 있어.”
주지의 말이 옳았다. 방문을 닫자마자 쿵쿵 문을 두드리는 놈이 있었다. 꽤 튼튼하게 짜인 문이었는데도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웍 하는 소리도 났다.

곰이 지르는 소리였다.
“네 이놈.”
주지가 목탁으로 놋대야를 쾅쾅치자 곰은 그 소리에 놀라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곰은 도망간 것이 아니었으며 범당 주변을 돌아다니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곰은 그때쯤에는 동굴이나 땅굴 등 겨울잠자리를 찾아 들어가 있어야만 했다. 늦어도 첫 눈이 내릴 때까지는 겨울잠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런데 그 곰은 아직도 잠자리를 찾지 못한 것 같았으며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긴 드문 일이었지만 잠자리를 찾지 못한 곰도 있었다. 산골 사람들은 그런 곰을 구멍을 찾지 못한 겨울곰이라고 부르면서 두려워했다. 추위에 떠는 겨울곰은 성질이 사나워져 눈에 보이는 동물들을 마구 죽였다. 겨울곰은 산골 마을도 짓밟았으므로 산골마을 전체가 아예 피난을 가기도 했다.
겨울곰은 대부분이 그런 살육행위를 하다가 얼어죽었으나 그때까지가 문제였다.

산사에 들어온 곰도 그런 겨울곰이 될 염려가 있었다. 주지는 곰이 그러다가 산사에서 나갈 줄 알았으나 놈은 밤새 산사의 경내를 돌아다녔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쌓아놓은 장작더미를 와르르 무너트리기도 했고 뒤뜰에 있던 간장독을 깨트리기도 했다.

곰은 추위가 더 해진 새벽에는 비통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놈은 자연의 섭리를 어긴 벌을 받고 있었다.
날씨는 다음날에 더 추워졌다. 눈이 섞인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곰은 어떻게 되었을까. 젊은 중들이 몰래 법당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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