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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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곰과 동거를 하게 된 젊은 중들은 불안했다. 언제 곰이 구멍에서 뛰어나와 덤벼들지 몰랐다. 곰의 먹이가 되는 사슴 새끼와 동거를 하는 것도 위험했다. 사슴 새끼가 곰을 자극할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주지스님은 사슴 새끼를 곳간에 넣어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는데 밤중에 사슴 새끼가 갸날픈 소리로 울고 있었다. 사슴 새끼는 추위와 고독에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지스님은 사슴 새끼를 풀어주었다. 자유롭게 산림 안을 돌아다니면서 살도록 했다.
그런데 다음날, 날이 어두워질 무렵 본당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사슴 새끼였다. 사슴 새끼는 추위와 굶주림에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사슴 새끼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산림에서 살기가 어려워진 것 같았다.

문을 열어주자 사슴 새끼가 짧은 꼬리를 흔들면서 뛰어 들어왔다. 사슴 새끼는 본당 한 구석에 앉아 커다란 눈으로 주지스님을 빤히 보고 있었다. 마치 어미를 보는 표정이었다.

그런 사슴 새끼를 어떻게 내쫓겠는가! 다음날 산림 어귀에 있는 산골마을에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산사에 몰려왔다. 그 마을은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꽤 큰 마을이었는데 농사도 짓고 돼지나 산양들도 기르면서 사냥도 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창이나 칼을 갖고 있었고 화승포를 갖고 있는 포수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살기를 띠고 있었다.
“스님, 그 고약한 불곰이 아직도 경내에 있습니까?”

그들은 그래도 산사의 스님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산사에 들어와 나가지도 않고 있다는 불곰을 죽이든가 내쫓겠다고 말했다. 불곰을 그냥 두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곰은 산사 뒤뜰에 구멍을 파고 살고 있는데 아주 얌전해요. 우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오. 나는 그 손님을 내쫓을 생각이 없어요.”

내쫓긴 것은 산골마을 사냥꾼들이었다. 산사의 경내에서 총질을 하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된 일이었다.
그런데 산골마을 사냥꾼들이 그렇게 출동한 이유는 산사를 점령하고 있다는 불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을의 가축무리 안에 있던 흑염소 한 마리를 물고 간 괴물을 잡으려고 했다.
그 괴물이 어떤 짐승인지 알 수 없었다. 산골마을에까지 들어와서 가축을 물고 가는 맹수는 범, 표범, 곰, 늑대 등이었는데 이번에 흑염소를 물고 간 짐승은 그들이 아니었다. 우리에 들어가 흑염소를 물고 간 방법이 전혀 달랐다. 그리고 발자국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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