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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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냥꾼들은 담비라는 짐승을 몰랐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주지는 몇 년 전, 산 계곡에서 직접 담비를 봤다.
그때 계곡에서는 큰 불곰이 노루 한 마리를 잡아 먹고 있었다. 노루는 다른 짐승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언덕 위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서 불곰이 그걸 잡아 아랫배를 갈라놓고 있었다.
육식 짐승이 먹이의 배를 갈라놓을 때는 흥분한다. 진수성찬의 상을 받은 사람들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소리가 났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였으며 무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누가 감히 불곰의 먹이를 뺏으려고 하는가. 그게 담비였다.

그건 족제비의 괴물이었다. 족제비처럼 생겼으나 족제비보다 몇 배나 큰 괴물이었다. 그놈은 큰 개만했으며 갈고리 같은 큰 발톱과 길다란 이빨을 갖고 있었다. 1m가 될 것 같은 긴꼬리도 있었다.

그놈은 그렇게 큰 족제비 종류의 짐승이었으나 그래도 불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몸무게가 300㎏이 넘는 불곰이었으며 떡메 같은 앞발의 일격으로 황소의 목뼈를 부러트린다는 불곰이었다. 불곰은 그 곳 산림을 지배하고 있는 범도 싸움을 피하는 강자였다.

그런데 그 족제비 괴물은 불곰에게 덤벼들었다. 불곰이 잡은 노루의 시체를 내놓으라는 협박이었다.
불곰이 모처럼 잡은 먹이를 내놓을 리가 없었다. 불곰은 왼쪽 앞발로 먹이를 꾹 누르면서 오른쪽 앞발로 건방진 도전자를 후려쳤다.

족제비 괴물은 빨랐다. 얼른 뒤로 물러서 불곰의 앞발을 피했다.
언덕 위에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스님은 그 족제비 괴물의 용맹성과 신속성에 놀랐으나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단 뒤로 물러선 족제비 괴물은 불곰이 헛친 앞발을 바로잡을 틈도 주지 않고 번개처럼 덤벼들어 그 앞발을 물었다. 상당히 깊게 문 것 같았으며 불곰이 펄쩍 뛰어올랐다. 불곰의 앞발에서 피가 흘렀다.

불곰이 분노했다. 불곰은 잡은 노루를 그대로 놓아두고 괴물 족제비를 덮쳤다. 불곰은 앞발을 마구 휘둘렀으나 괴물은 물러서지 않았다.
불곰이 또 펄쩍 뛰어올랐다. 불곰의 콧등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괴물이 불곰의 콧등을 물었다.

콧등은 불곰의 급소였다. 거기에는 많은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불곰이 고함을 질렀는데 그건 오히려 비명에 가까웠다.
불곰이 후퇴했다. 불곰은 배를 갈라놓은 노루를 괴물에게 넘겨주고 대가리를 떨어트리고 계곡 위쪽으로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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