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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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냥꾼들은 주지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곰의 먹이를 뺏는다는 무시무시한 놈이었으나 그렇다고 그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잡아. 끝까지 발자국을 추적하여 그놈을 잡아야 해.”
사냥꾼들을 지휘하던 윤 포수가 말했다.

윤 포수는 방아쇠총을 갖고 있었다. 화승포를 개량한 총이었는데 총신 밑에 붙어 있는 방아쇠만 당기면 여러 개의 총탄이 한꺼번에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 종전의 화승포처럼 불이 붙어 있는 화승을 손으로 총신 안에 장전되어 있는 화약에 인화시킬 필요가 없었다. 방아쇠 총은 정확했고 강렬했다. 윤 포수는 괴물 아니라 귀신이라도 잡을 자신이 있었다.

사냥꾼들은 그날 정오께 괴물이 끌고 간 흑염소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남아 있는 것은 흑염소의 뿔과 털뿐이었다.
족제비 괴물은 흑염소 한 마리를 다 먹어치웠다. 범이나 곰도 그렇게 식욕이 왕성하지 않았다.

괴물은 그래도 배가 차지 않았다. 놈은 큰 오소리를 사냥을 하고 있었다. 오소리도 죽제비 종류였으니 놈은 동족까지도 사냥하고 있었다.
사냥을 당하고 있는 오소리는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오소리는 있는 힘을 다해 10리나 도망갔으나 괴물은 끈질기게 쫓고 있었다. 도망가다가 지친 오소리는 큰 바위 밑의 땅을 깊숙히 파고 도망갔으나 땅을 파는 기술과 힘은 괴물이 한수 위였다. 괴물은 기어이 오소리를 땅굴 속에서 끄집어내 먹어치웠다.

놀라운 일은 또 있었다. 괴물이 오소리를 뜯어먹고 있을 때 서너 마리의 늑대들이 덤벼들었다. 늑대들은 수를 믿고 괴물에게 덤벼들었으나 괴물은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서너 마리의 늑대들은 결국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현장에 남아 있는 발자국들로 봐서 늑대들은 괴물을 포위했으나 그건 헛된 짓이었다. 포위란 상대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작전이었는데 그 상대는 먹이를 꽉 움켜잡고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먹이를 뺏으려면 아무래도 늑대측에도 희생이 생길 것 같았으며 늑대들이 그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간 것은 잘한 짓이었다.

괴물은 오소리 한 마리를 다 먹어치운 다음 또 도망가고 있었다. 지칠 줄을 모르는 짐승이었다.
사냥꾼들은 그날 하오 늦게까지 발자국 추적을 했는데, 괴물은 무산의 원시림 안으로 도망갔다. 수해(樹海)라고 불려지는 광대한 원시림이었는데, 사냥꾼들은 거기서 발자국을 놓치고 말았다. 눈 위에 뚜렷하게 찍혀 있는 발자국이 없어져 버렸다.

놈은 또 땅굴을 파고 도망갔을까?
아무리 수색해 봐도 그런 땅굴이 없었다.
그런데 윤 포수는 저쪽 잡목림 안에서 큰 새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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