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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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저건 뭐지?”

족제비 괴물이었다. 놈은 땅 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 도망갔다.

괴물은 땅을 파는 재주뿐만 아니라 나무를 타는 재주도 있었다. 괴물은 이 나무와 저 나무 사이를 날아가듯이 도망가고 있었다.

윤 포수가 방아쇠총을 발사했으나 괴물은 총탄이 거기까지 날아가기 전에 벌써 다른 나무로 도망가 버렸다. 윤 포수가 다시 장탄을 했을 때는 괴물은 멀리 도망가 보이지 않았다.

방아쇠총으로는 그 괴물을 잡을 수 없었다. 멀리 북쪽 끝 두만강까지 따라가 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았다.

족제비 괴물사냥은 그래서 끝났다.

그런데 그 족제비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설이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그게 대륙목도리담비라고 주장했다. 대륙목도리담비는 시베리아나 만주 등 산림에서 서식했는데 몸통길이가 60㎝나 되는 큰 족제비로 가끔 조선의 북쪽 산림에도 나타났다.

대륙목도리담비는 매우 사나운 짐승이었으며 오소리, 너구리, 노루, 산양 등을 잡아먹었으며 흑염소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륙목도리담비가 흑갈색의 털을 갖고 있고 땅파기와 나무타기를 잘 한다는 점 등으로 봐서 그놈이 족제비 괴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접 족제비 괴물을 본 주지스님이나 나무꾼들은 족제비 괴물은 대륙목도리담비가 아니라고 말했다. 주지나 사냥꾼들이 본 괴물은 몸통길이가 1m에 가까웠다. 대륙목도리담비보다 훨씬 컸다.

몸색깔은 비슷했으나 생김새는 달랐다. 대륙목도리담비는 대가리나 몸이 길었으나 족제비 괴물은 불곰과 비슷했다. 이빨 등이 드러난 대가리는 불곰처럼 사나웠다.

또한 대륙목도리담비는 서너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짐승이었으나 족제비 괴물은 언제나 혼자 돌아다녔다.

일부 학자들도 주지나 사냥꾼들의 말을 지지했다. 족제비 괴물의 정체는 시베리아나 북만주의 타이가(한대 침엽수림)에 사는 울버린이라는 주장이었다.

울버린도 족제비 종류의 짐승이었는데 족제비 종류 중에서는 가장 컸고 가장 사나웠다. 울버린이 곰의 먹이를 뺏는다는 것은 이미 러시아 학자들이 확인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베리아나 북만주에서 사는 울버린이 어떻게 조선땅에까지 왔을까?
그게 수수께끼였다.

일부 학자들은 울버린은 행동반경이 매우 넓은 짐승이며 하루에 수백㎞를 이동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렇다고 조선땅에까지 이동을 했을까?

괴물 족제비는 그 후 산사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산사의 뒤뜰에 사는 불곰은 계속 그 곳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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