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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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주지 스님 일행은 그날 밤은 토굴에서 보내고 다음날 다시 두만강 지류인 서두수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스님과 젊은 무술승은 사흘 후에 다시 그 토굴에 왔다. 나무꾼들은 산간마을에 떨어트려 놓고 승들만이 돌아왔는데 메고 있는 시주 자루가 가벼워 보였다. 부잣집에서 얻은 쌀이나 보리 등을 돌아오는 도중에 양식이 떨어진 산간마을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줬기 때문이었다.
“스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숯꾼영감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바위산에서 짐승들이 다투는 소리들이 밤새 들렸다고 한다. 큰 짐승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싸웠고 그들이 서로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들이 새벽까지 계속되었다는 말이었다.
“범이 다른 짐승을 덮친 것 같습니다.”

“범이 밤새 싸웠다면 큰 짐승인 것 같군요.”
“곰인 것 같습니다. ‘으억’하는 소리가 곰이 지르는 소리 같았어요.”
“곰이라고….”
주지 스님이 긴장했다. 산사 뒤뜰에서 겨울잠을 잤던 어미곰과 새끼들이 아니겠는가.

다음날 새벽 주지 스님은 숯꾼영감과 젊은 중을 데리고 바위산으로 가 봤다. 수십 마리의 까치들이 모여 있었고 서너 마리의 늑대들이 바쁘게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주지 스님은 먼저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쪽을 살펴봤다. 중복에 있는 잔솔밭에 까치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대여섯 마리의 늑대들이 까치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그 곳에 검은 물체가 있었고 붉은 핏자국도 있었다. 곰이었다. 범과 싸웠던 곰이 죽은 것 같았다.

늑대들이 설치는 것을 보면 범은 없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현장 가까이까지 내려갔던 무술승이 고함을 질렀다.
“스님 아닙니다. 산사에 있던 그 어미곰이 아닙니다. 새끼들의 시체도 없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고맙습니다.”
주지 스님은 합장했다.

죽어 있는 곰은 거대한 수컷이었다.
숯꾼영감은 죽을 만한 놈이 죽었다고 중얼거렸다.

그 갈색 곰은 서두수 하류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살육을 했다.
그놈은 동족도 덮쳐 암컷과 새끼도 잡아먹었다는 말이었다. 몇 년 전에는 나무꾼 한 사람도 그 곰에게 잡아먹혔다.

그 사나운 곰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 일대는 범의 영토였고 영토에 돌아온 범이 자기 영토에서 마구 설치는 곰을 그냥 둘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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