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괴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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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조선조 말엽 한양에서 북쪽 의정부쪽으로 얼마간 가면 수락산 등 그리 높지 않는 야산들이 있다.

높이가 500m쯤되는 야산들로 산자락에는 마을들도 있고 밭 등도 있었다. 산들은 잡목림에 덮여 있었음으로 야생 짐승도 서식했다. 특히 멧돼지, 노루 등이 많았고 가끔 표범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야산들 중에 귀신산이라고 불려지는 산이 하나 있었다. 주위에 더 높은 산들이 있어 늘 그늘이 지고 있는 산이었는데 그 곳에는 예부터 귀신들이 산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무꾼이나 포수들도 그 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산 중복 잡목림 안에 초가집이 한 채 있었다. 나무들과 잡풀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사실은 꽤 큰 집이었다. 마치 여인숙처럼 방들이 대여섯 개나 있었고 집 내부도 비교적 깨끗했다.

5월 단오가 지난 어느날 밤, 그 집에 열 명쯤되는 남녀가 도착했다. 비단옷을 입은 중년 부인이 가마에 타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부인을 모시는 것 같았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영감이 주위를 살피면서 손님들을 안방으로 모셨다.

“자네가 피리영감인가?”

여인을 모시고 온 덩치가 큰 사나이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어디서 오신 분입니까?”

머리가 반백이고 허리가 좀 굽어진 영감이 답했다.

“황달인을 아는가?”

그러자 피리영감의 경계심이 풀렸다.

“아, 그러하옵니까?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관아의 아전으로 보이는 그 사나이도 경계심을 풀었다. 그는 모시고 온 여인에게 말했다.

“마님, 안으로 드시지요.”

아직 서른이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여인은 하녀의 시중을 받으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 산중에까지 가마를 타고 온 것으로 보아서 예사 여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귀하신 분이니 잘 모시도록 하오.”

“며칠 동안이나 유하실 것입니까?”

“그야 모르지. 약효가 나타날 정도의 노루피를 마실 때까지 계셔야지. 노루피는 언제쯤 마실 수 있겠는가?”

“사나흘내에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세 마리쯤의 노루피를 마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름쯤이면 충분하겠지.”

피리영감은 잠시 생각했다. 보름 안에 세 마리의 노루를 잡아야만 했다.

“노루란 워낙 조심스럽고 빠른 짐승이기에 장담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은 그렇게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아전은 머리를 끄덕이고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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