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괴담(17)
노루 괴담(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명포수와 야수
궁중에서 나온 마님이 노루사냥 집에 머물고 있는 동안 네 사람이 죽었다. 먼저 마님의 동정을 살피면서 그 목숨까지 노렸던 암살자가 마님을 경호하는 칼잡이에게 찔려 죽었다. 칼잡이는 그 시신을 땅속 깊이 묻어버렸다. 암살자란 본디가 신분이 없었으므로 그는 끝까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고 죽었다.

그 칼잡이는 또한 마님과 몰래 동침을 했던 화전민 마을 총각도 칼로 찔러 죽였다. 총각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칼잡이는 총각의 시신을 늑대굴 앞에 던져 늑대들이 뜯어먹게 만들었다. 그 총각도 역시 친척이 없었으므로 모두가 총각이 늑대에게 살해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칼잡이의 거기까지의 행동은 마님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으나 칼잡이의 살육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피리영감이 갖고 있는 금화에 탐이 났다. 칼잡이는 피리영감을 죽이고 금화를 빼앗았다. 그는 그래서 세 사람을 죽였다.

네 번째의 피살자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활꾼들에게 포위되어 처참하게 죽었다.

활꾼들은 피리영감이 피살되었다는 사실을 관아에 신고했고, 양주군에서 포리들이 나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칼잡이의 신원이 밝혀졌고 그가 저지른 일들도 밝혀졌다.

궁중에서 나온 마님은 궁중에 돌아가지 못했다. 마님은 궁중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의 친정에 갔다. 마님은 거기서 의금부에서 나온 관리를 만났다.

마님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영리한 여인이었으며 궁중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마님의 음모는 거의 완벽했다. 심복인 칼잡이가 피리영감을 죽이지만 않았더라도 마님의 음모는 이뤄졌을 것이었다.

왕실의 피를 잇고 있는 대감은 사향노루의 향에 정력을 되찾았을 것이었다. 정력을 되찾지 못했어도 마님과 교접을 하는 시늉은 했을 것이었다.

그러면 마님이 낳은 아이는 대감의 아이라는 인정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 아이의 애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되었기 때문에 그 음모는 탄로나지 않을 것이었다.

마님이 낳은 아이는 어쩌면 대권을 이어받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여인이 궁중을 휘잡을지도 몰랐다.

의금부에서 나온 관리는 여인을 구하지 못했다. 그 전에 여인이 죽었다. 여인은 스스로 독을 마시고 많은 피를 토하면서 죽었다. 여인이 그동안 마셨던 사슴의 원한이 서리고 있었던 것일까.

의금부 관리는 거기서 수사를 끝냈다.

왕족의 명예가 더럽혀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상부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졌다. 여인은 친정에 갔다가 거기서 병을 얻어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