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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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 곳에는 표범들이 돌아다녔다. 표범은 사자처럼 무리를 지어 사는 고양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 사자 등을 피해 돌아다녔으나 비비들에게는 그게 더 위험했다.

본디가 표범과 비비는 원수지간이었다. 표범은 비비를 먹이로 보고 즐겨 습격을 했다. 예민한 눈과 코를 갖고 있는 표범은 비비들을 기습했고 방심을 한 비비들이 잡아먹혔다. 그러나 표범들이 함부로 덤벼들다가는 도리어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류학자들은 며칠 전에 표범과 비비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목격했다. 그때는 아침이었는데 대여섯 마리의 비비들이 사바나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무리의 선발대였으며 우두머리인 폭군이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비비의 다른 무리들은 그 곳에서 20m쯤 떨어진 곳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폭군과 젊은 수컷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으나 사바나의 나무는 키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불과 4m쯤 되는 높이였다. 따라서 그 곳은 주위를 감시하는 전망대는 되었으나 외적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되지 못했다.

그때 표범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밤사냥에 실패한 표범이 사냥감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표범은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으나 그 의도는 분명했다. 표범은 나무를 잘 탔다. 비비들이 올라가 있는 나무쯤이야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폭군이 이빨을 들어내고 표범에게 경고를 했다. 빨리 물러나지 않으면 찢어 죽이겠다는 경고였는데 표범은 그걸 무시했다.

표범은 그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비비의 다른 무리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 곳에는 사냥하기가 쉬운 비비의 새끼들이 있었다.

표범이 폭군들이 올라가 있는 나무 밑을 지나갔다. 거기까지 가면 나무 위의 비비들이 더 높은 곳으로 도망갈 줄 알았으나 그것은 비비를 너무 경시한 생각이었다. 비비들 중에는 두목인 폭군이 있었다.

폭군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무에서 뛰어내려 표범의 등에 올라탔다. 표범은 크게 당황했다. 설마 원숭이가 선제공격을 해 올 줄 몰랐던 것 같았다.

원숭이라고 하지만 폭군은 몸무게가 60㎏이나 되었으며 그놈은 나무에서 뛰어내려 중력을 최고로 이용했다.

표범이 뒹굴었다. 표범은 고양이족들이 갖고 있는 순발력으로 얼른 일어났으나 어느새 폭군이 그 목줄을 물고 늘어져 있었다.

표범은 폭군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벌써 목에서 피가 뿌려지고 있었다. 단검과 같은 이빨이 동맥을 절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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