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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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우선 비비와 하이에나들은 대조적인 면이 많았다.

하이에나는 외견상으로는 개나 늑대와 비슷했으나 그들은 개종류가 아니었다. 동물분류상으로는 하이에나나 개는 식육목(食肉目)에 속했으나 하이에나는 개과가 아닌 독립된 하이에나과에 속해 있었다. 학자들은 처음에는 하이에나를 개종류로 알았으나 하이에나는 오히려 사향고양이와 비슷한 특성이 있었다.

하이에나는 암수의 성기모양이 비슷했으며 여류학자들은 처음에는 그 구별을 하지 못했다. 하이에나는 성기뿐만 아니라 암수의 몸크기도 비슷했고 힘도 비슷했다. 비비는 수컷의 몸크기가 암컷의 갑절 내지 세 배나 되었고 힘도 그랬으나 하이에나는 오히려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힘도 강한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류학자들은 비비와 하이에나의 사회생활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비의 사회는 일부다처제이고 수컷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 비비의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늘 암컷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질투심 많은 수컷 밑에서 사는 암컷들은 늘 공포 속에 떨고 있었다. 비비의 수컷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암컷이 자기의 세력권에서 이탈하거나 다른 수컷과 가까이 지내면 사정없이 처벌을 했다. 마구 물었기 때문에 암컷이 큰 상처를 입고 때로는 죽는 경우까지 있었다. 비비의 사회는 극단적인 남존여비의 사회였다.

그러나 하이에나의 사회는 그 반대였다.

하이에나도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었으나 그 두목은 수컷이 아니라 암컷이었다. 강대한 암컷 한 마리와 그를 추종하는 젊은 수컷과 암컷들이 무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비비의 사회에서 두목 수컷이 질투심이 많고 횡포를 부리는 것처럼 하이에나의 사회에서는 두목 암컷이 그랬다. 하이에나의 암컷이 발정하면 거의 모든 수컷과 교미를 했다. 여두목은 다른 암컷들이 발정을 해도 무리내에서는 다른 수컷들과 교미를 못하게 했다.

여두목은 늘 다른 암컷을 감시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다른 수컷에게 접근하면 무자비하게 처벌했다. 비비의 수컷 두목이 그렇듯이 하이에나의 암컷 두목이 그랬다. 하이에나의 암컷 두목은 다른 암컷들뿐만 아니라 수컷들까지도 다른 암컷들과 교미를 못하도록 감시를 했다. 하긴 하이에나의 무리 중에서는 수컷들의 두목이 있기는 있었으나 그들은 암컷 두목에게 눌려 힘을 펴지 못했다. 암컷 두목이 다른 수컷들이 자기와 교미를 하지 않는다고 못살게 굴어도 수컷 두목은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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