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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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집안을 돌보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물론 여자가 할일이고 마을 주변에 있는 밭을 가꾸는 일도, 산림 안에 들어가 나무열매나 버섯 등을 채취하고 땔감을 해오는 일도 여자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냐. 마을을 침공하는 외적과 싸우는 일과 소나 양들을 방목하는 일, 야생짐승들을 사냥하는 일 등이 남자들이 맡은 역할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인겔드양은 마을의 남자들이 게으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늘 나무그늘에서 모여 담배를 태우면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힘이 드는 일은 모두 여자들이 했다. 마을의 남자들은 보통 서너 명의 마누라를 갖고 있었고 그 마누라들은 하루종일 일을 했다. 마누라는 일종의 재산이었으며 그 수를 보면 그 집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남편이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사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가.”

인겔드양이 야생동물보호소에 계란을 갖고 온 여인에게 물어보았다.

“거기에 대해서는 항의를 할 수 없다. 그게 마을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인겔드양은 그런 전통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여인을 비롯한 마을의 여인들은 거의가 남편들에게 매를 맞으면서 살고 있었다.

어떻게 하겠는가. 매를 맞아도 싸울 수가 없었다. 그 마을 남자들의 덩치는 여자들의 덩치보다 훨씬 컸다.

비비들의 수컷과 암컷의 차이보다는 덜 했으나 거의 갑절쯤 되었다.

원주민 여인들은 아예 체념을 하고 있었다. 여인이 말했다.

“남편이 다른 마누라를 얻는다는 것은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새로 들어온 마누라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일을 덜하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으나 사실일는지도 몰랐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비비들은 비슷한 무리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회는 극소수의 보스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일부다처제 같았고 남존여비의 관습도 같았다.

그런데 그 주민들과 비비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비비들이 야금야금 영지를 넓히고 있었고 주민들이 가꾸어 놓은 감자, 옥수수밭을 망쳐 놓았다. 일부 비비들은 마을 안에 들어와 염소새끼나 닭을 약탈해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날 서른 명쯤되는 원주민 사냥꾼들이 사바나에 나와 있는 비비들을 습격했다. 비비들은 마을 가까이에 있는 바위산에서 살고 있었으나 그 바위산에서는 비비들을 잡을 수 없었다. 천연의 지형이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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