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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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원주민 사냥꾼들은 그래서 사바나에 나가 채식을 하고 있는 비비들을 사냥하기로 했다.

원주민 사냥꾼들은 미리 비비들이 바위산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퇴로를 막아놓고 풀밭에 엎드려 기어갔다. 사냥꾼들은 몰래 기습을 할 계획이었으나 구름 위에서 보초를 보고 있던 비비들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비비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시력을 갖고 있었다.

비비의 두목은 신속하게 지휘를 했는데, 그는 무리를 야생동물관리소가 있는 곳으로 끌고 왔다. 비비의 두목은 같은 사람이라도 야생동물관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원주민 사냥꾼들을 구분할 줄 알았다. 한쪽은 자기들의 편이고 한쪽은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관리소장 루이스는 바로 사무실 앞에까지 몰려와 있는 비비들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비비 두목 폭군은 루이스와 다가오는 원주민 사냥꾼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사냥꾼들이 오고 있으니 어떻게 해 달라는 몸시늉이었다.

어떻게 해주어야만 했다. 그곳은 야생동물보호지역이었다. 그곳에 사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자체를 보호하고 있었으므로 마을 사냥꾼들이 그곳에 들어와 사냥을 하는 짓은 위법이었다.

“추장, 여기가 보호지역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루이스가 고함을 질렀다. 분격한 마을 젊은이들은 그래도 관리소 직원 뒤에 있는 비비들을 활로 겨누고 있었으나 쏘지는 못했다. 관리소 직원들이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냥꾼들은 관리소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면서 돌아갔으나 비비 사냥을 단념한 것은 아니었다. 전날 밤 마을에 들어온 비비들이 갓난 송아지를 물고 갔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마을 사냥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세실 교수와 인겔드양도 루이스를 따라갔다.

루이스의 예감이 적중되었다. 원주민 마을의 젊은이들이 총동원되고 있었다. 이웃마을까지 가세를 하며 그 수가 쉰명 이상이 되었다.

그들은 비비들의 본거지인 바위산에 쳐들어 갈 계획이었다. 인간과 비비들이 대규모의 전쟁을 벌일 것 같았다.

루이스는 그 전쟁을 말릴 수 없었다. 바위산은 동물보호지역밖에 있었으므로 그의 관할지역이 아니었다. 원주민들이 거기서 비비들을 사냥해도 그걸 말릴 수 없었다. 비비들 자체는 보호대상동물이 아니었다.

관리소장 루이스는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곧 피가 뿌려질 것 같았다. 비비들도 죽겠지만 사람들도 죽을 것이었다. 비비들은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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