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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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처참한 싸움이었다. 젊은 사냥꾼 한 사람이 죽었고 추장의 아들을 비롯한 세 사람이 중상을 입었다. 비비들은 바위 위에서 떨어진 젊은 사냥꾼에게 덤벼들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죽였다. 추장의 아들은 팔목이 덜렁거리고 있었고 다른 두 사람도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무서운 비비들의 어금니였으며 그대로 싸움이 계속되었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을 것이다.

루이스는 백인들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추장을 설득시켜 부상자들을 급히 야생동물관리소로 데리고 갔다. 관리소에는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요원과 수술도구들이 있었다.

그 싸움에서 네 마리의 비비들이 죽었고 세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비비 두목 폭군도 허벅지에 창이 꽂혀 쓰러져 있었다.

루이스는 폭군과 중상을 입은 비비들에게도 마취주사를 놓아 관리소로 데리고 왔다.

다행히 더이상의 희생자는 없었다. 추장 아들의 팔목은 뼈만 부러졌을 뿐 신경이 살아 있었으므로 절단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다른 부상자들도 1주일 정도의 치료로 나을 것 같았다.

비비들도 괜찮을 것 같았다. 폭군의 상처도 창날을 뽑고 봉합을 했기 때문에 폭군은 사흘 후에 제발로 일어났다.

폭군은 처음에는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설쳤으나 나중에는 얌전해졌다. 사람들이 자기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 같았다.

폭군은 나흘 후에 바위산에서 석방되자 마치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듯 루이스와 여류학자들을 힐끌힐끔 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인간들과 비비들 간에 벌어진 전쟁은 그것으로 일단 끝났다.

무릇 각 동물들 간에 벌어진 영지전쟁은 기존 질서를 파괴했으나 그 대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작용도 했다.

인간들과 비비들 간에 벌어진 전쟁에서 어느 측이 이겼는지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그 싸움 뒤에 비비들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그 주변에 있는 옥수수밭이나 감자밭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일대는 사람들의 영지이고 그 영지를 침범하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원주민들과 비비들은 그 전쟁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원주민들은 그동안 야생동물보호지역 외곽에서 불법적으로 개간했던 옥수수나 감자밭을 기정사실화시켰다. 야생동물관리소는 공식적으로는 그 개간을 허가하지 않았으나 그 사건을 계기로 묵시적으로 인정했다. 법이 어떻게 되었든 그건 원주민들의 영지였다. 인구가 늘어나는 원주민들은 그런 농업으로 생존권을 확보해야만 했다. 관리소장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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