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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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군관 박사원은 활을 들어올렸다. 그는 무가에서는 다 알고 있는 사수였다. 일부에서는 그를 당대의 명궁이라고말하고 있었다.

거리는 약 40m였다. 좀 멀기는 했으나 그는 시위를 당겼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강도를 충분히 감안했다. 범이 뭔가 수상쩍은 냄새를 맡고 몸을 돌리던 순간에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은 범의 목덜미 바로 밑의 가슴팍에 꽂혔다. 범이 고함을 지르면서 길길이 뛰어올랐다. 범은 마른풀밭에 뒹굴었으나 이내 일어나 바위 틈으로 뛰어들어갔다.

강원도 포수 이경학도 활을 들어올리고 있었으나 그에게는 활을 쏠 기회가 없었다.

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포수들 사이에는 상처입은 범은 반드시 반격을 하여 앙갚음을 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그 범은 반격을 하지 않았다.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이었을까.

박사원이 바위 위로 뛰어올라가 산중복에 있던 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도망가지말고 그대로 있어. 우리가 내려갈때까지 꼼짝말고 있어.”

사실 그들은 범의 고함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했다. 아전을 등에 업고있던 장정이 아전을 내던지고 뛰고 있었고 아전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바위 위에서 고함을 지르고 있는 박사원을 보고 멈췄다. 범도 무서웠지만 그 사냥꾼도 무서웠다.

박사원 일행은 천천히 산중복으로 내려갔다. 범이 언제 어디서 덤벼들어도 맞받아 칠 수 있도록 활과 창을 들고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나무꾼들이냐? 포수 마을의 사냥꾼들이냐?”

풀밭에 쓰러져있던 아전이 그래도 행세를 하겠다고 말했다.

“말조심해. 이분은 의정부에서 나오신 군관님이시다.”

서영감이 고함을 지르자 아전은 얼른 엎드려 큰절을 했다.

“나리 날이 곧 어두워질 것입니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만 되겠습니다.”

이경학의 말에 박사원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날이 어두워지고 있을 무렵에 나무꾼들이 머물고 있는 산막에 도착했다. 나무꾼들은 모두 누워있었다. 그들은 굶주리고 있었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무산의 원시림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 꿩이나 토끼 노루 따위가 우글거린다고 듣고 그것들을 잡아 식량으로 삼으려고 했으나 나무꾼이나 목수들에게 잡힐 동물들이 아니었다. 산골마을에서 공급하기로 되어있었던 식량도 오지 않았다. 산골마을 사람들 자체가 굶주리고 있었고 맹수들이 돌아다니는 원시림안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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