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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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실 한반도 북단에 있는 무산의 원시림은 겨울이 되면 죽음의 나라로 변한다. 폭설이 천지를 뒤덮었고 폭풍이 아름드리 나무들까지도 쓰러뜨렸다. 특히 북쪽 땅에서 한파가 밀어닥치는 산중에서는 오직 무산의 포수들만이 살 수 있는 동토의 나라였다.

포수마을 여두목이 예상했던 대로 박사원 일행은 위기에 빠졌다. 그들은 나무꾼들이 지어놓은 산막안으로 들어갔으나 산막을 덮고있던 마른풀로 엮은 지붕이 날아가버렸고 통나무로 아무렇게나 짜놓은 문도 부서졌다. 앞마당에 피워놓았던 모닥불도 폭설과 폭풍으로 꺼져버렸다.

“아이고….”

좁은 산막안에서 겨우 몸을 붙이고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빨리 그곳에서 나가 돌아가자고 아우성을 쳤으나 박사원이 호령을 쳤다.

“이런 못난놈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일을 못해. 사람이 열명이 모이면 산도 움직인다는 말을 듣지못했느냐.”

박사원은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산림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나무꾼들이 잘라놓았던 나무들의 가지를 쳐 산막으로 끌고 왔다. 그들중에는 톱과 도끼를 갖고 있는 나무꾼과 목수들이 있었으므로 많은 땔감이 장만되었다.

그 나무들은 잘 말라있었으므로 관솔에 붙인 불이 활활 타올랐다. 불기둥은 타올랐고 불어닥치는 바람은 도리어 화염을 높여주었고 퍼붓는 눈도 그 불을 끄지 못했다.

“됐어.”

사람들은 그 불로 생기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불이 너무 번지지 못하게 주위의 나무들을 잘라냈고 그 나무들을 가지고 날아가버린 산막의 지붕을 덮었다. 활활 타고 있는 불 주변의 땅들이 녹았고 사람들은 그 진흙으로 산막을 수리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담벽도 만들어졌다. 쌓아올린 흙벽돌은 이내 얼어붙어 제 구실을 했다.

폭풍과 폭설은 그날 밤에도 계속되었으나 사람들은 견디고 있었다. 불은 계속 타고 있었으나 염려했던 산불은 일어나지 않았다.

죽음앞에서 단결한 사람들의 힘은 컸다. 다음날 하오에는 파괴되었던 산막이 수리되고 불 주위에는 또다른 집이 만들어졌다. 흙과 돌로 사방에 방풍벽을 쌓아올리고 전날 가지를 쳐놓은 용재들을 끌고와 지붕을 덮은 것이었다.

나무꾼들과 목수들이 그런 일을 하는 동안 강원도 포수 이경학이 호벌대원들을 데리고 나가 붉은사슴 두마리를 잡아왔다.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무리들을 발견하여 그중 두마리를 잡았다는 말이었다. 황소만한 사슴이었으므로 며칠동안의 양식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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