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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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군관 박사원의 강한 의지와 적절한 지휘로 일행은 위기를 넘겼다. 그들은 북쪽 땅에서 갑자기 쳐들어온 동장군(冬將軍)의 선봉대를 정면에서 맞받아쳤다. 그들은 꺼졌던 불을 되살렸다. 폭설과 폭풍이 산막앞에 피워놓았던 모닥불을 날려버렸으나 사람들은 그 불을 되살렸다.

박사원 일행은 폭설 폭풍을 피하기 위해 산막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진흙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흙돌집에서 버티었다. 그 흙돌집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덮은 지붕이 엉성했기 때문에 눈바람이 뚫고 들어왔으나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의 열기가 그걸 막아주고 있었다.

일행은 그 불로 사슴고기를 구워 먹었고 기름진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기력이 되살아났다.

등 따습고 배부르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얼어죽거나 굶어죽을 염려는 없어졌다.

일행은 다음날에도 쉬지않고 산림에 들어가 나뭇가지들을 잘라와 엉성한 지붕을 덮었고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등줄기나 덩굴 등으로 묶었다. 땅굴을 파고 출입을 하는 구멍도 만들어졌고 모두가 편안하게 발을 뻗을 수 있는 잠자리도 마련했다.

그런데 그날 포수마을에서는 장로회의가 열렸는데 그때 밤나무숲에서 일어났던 산불이 어떻게 된지를 보러갔던 장정들이 돌아왔다.

“산불이 아니라는 말인가?”

촌장인 장비장군의 물음에 장정들이 말했다.

“산불이 아니라 나무꾼들과 호벌대들이 큰 모닥불을 놓았습니다.”

“그 바람과 눈속에서 불을 일으켰다는 말인가?”

장정들은 더 놀라운 보고를 했다. 불이 꺼진 자리에 마을이 하나 들어서 있더라는 말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큰 흙돌집들이 들어섰다는 보고였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잔치를 벌이고있었습니다. 큰 잔치 같았고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보고가 또 들어왔다. 붉은사슴을 잡으러 나간 사냥꾼들이 빈손으로 돌아와 누군가가 먼저 사슴을 잡아갔다고 말했다.

붉은사슴은 적록(赤鹿)또는 마록(馬鹿)이라고 불려졌는데 정말 말처럼 큰 사슴이었다. 그래서 붉은사슴은 포수마을의 겨울양식이 되었다. 붉은사슴은 평소에는 강건너 만주땅 장백(長白)산맥에서 살다가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무산으로 넘어와 무산에서 생식을 하고 다음해 봄에 만주로 돌아갔다.

따라서 무산의 포수들은 붉은사슴들이 무산땅에 머물도록 내버려두면서 두고두고 사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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