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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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여두목은 포수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포수마을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었으며 성미가 급해 가끔 실수를 하는 장비장군을 견제하고 있었다. 여두목은 함흥에 있는 호족 장성대 대감의 집안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여인이었으며 무산댁이라고 불려지며 시부모의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무산댁은 시댁에 갈 때 산삼 녹용 모피등을 갖고가 장비장군의 정실(正室)에게도 문안을 드렸기 때문에 정실도 싫어하지 않았다.

무산댁은 그해 봄에도 장대감의 환갑잔치에 참석했는데 그때 온 집안사람들이 아버지 환갑잔치에도 나오지 않는 장비장군을 규탄하고 있었다. 장대감도 대로하여 고함을 지르고 있었으나 무산댁이 장비장군이 사냥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둘러대면서 시아버지의 노여움을 풀었다. 장대감도 겉으로는 화를 내고 있었으나 내심으로는 그 아들을 좋아했다. 유약한 적자출신 아들에 비해 그 아들은 자기의 피를 바로 이어받은 무인(武人)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장대감은 무산댁을 은밀히 불러 대원군이 집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대원군이 지방의 양반들과 호족을 좋지않게 생각하여 감시를 하고 있으니 무산에 돌아가면 장비장군에게 몸조심하라고 알려주라고 말했다. 영리한 무산댁은 시아버지의 당부를 명심하고 있었다.

무산댁은 산중으로 들어가면 포수마을의 여두목이 되었는데 그녀는 관아에서 나온 염탐꾼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장비장군을 말렸다. 그리고 직접 그 사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여두목은 우선 출동명령을 취소하고 장정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을 앞에 있는 대장간에 들러 새로 무기를 만드는 일을 중지시켰다. 또한 마을뒤에 있는 화약방에 들러 화승포를 만드는 일을 중지시키고 화승포와 화약을 모두 다른 곳으로 치워버렸다. 민간에서 화약을 다루는 일은 엄금되어 있었으며 함부로 화약을 만들면 역적의 죄로 몰릴 위험이 있었다.

여두목은 치밀했다. 여두목은 마을에 있는 노비출신 사냥꾼들을 모두 내보냈다. 포수마을 사람들은 산림 여기저기에 사냥집을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여두목은 노비출신 사냥꾼들을 거기에 머물도록 했다.

장비장군은 신분제도를 싫어했으며 노비출신의 사냥꾼들도 차별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관아에 그런일이 알려지면 좋지 않았다. 노비제도는 이조신분사회의 근간이 되어있었는데 포수마을에서 그 제도를 무시했다면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었다.

여두목은 그런 조치를 한 다음 직접 흙돌집을 지어 살고 있는 박사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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