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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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박사원 일행은 그때 흙벽돌집 주변에 나뭇가지를 쌓아올려 방색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일종의 바리케이드였다. 그들중에는 숙련된 염탐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벌써 포수마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박사원은 나무창을 만들어 나무꾼들과 호벌대원들을 훈련시켰다.

며칠동안이나 계속되었던 폭풍과 폭설이 좀 누그러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 포수마을 여두목이 박사원을 찾아왔다. 박사원은 크게 놀랐으나 여인을 만나보기로 했다.

여인은 마을장로 한사람을 앞세우고 마을여인 두사람을 거느리고 있었다. 대여섯명의 장정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여인은 아직 젊었고 요염했다. 여인은 표범껍질로 만든 겉옷을 걸치고 있었으나 양가 아낙네의 옷차림이었고 족두리도 쓰고 있었다.

여인은 흙돌집 주변에 쳐놓은 방색도 보고 장정들이 모두 나무창을 들고 있는 것을 봤으나 모른체하고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예사 여인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포수마을 촌장의 안사람입니다. 촌장이 사냥에 나갔기 때문에 그 대신 나리에게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여인은 갖고갔던 선물을 내놓았다. 떡과 술이었고 두부와 도토리묵도 있었고 산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굴비와 북어도 있었다. 술은 양반집이나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소주였다.

“뭣들 하느냐. 어서 나리에게 술을 따라 올리지 않고….”

여인은 얌전하게 인사를 한 다음 데리고 온 여인들을 꾸짖었다. 어쩔 수 없었다. 박사원은 술잔을 받아들였고 여인이 전한 포수마을 촌장의 초청도 받아들였다. 그는 포수마을에 직접 들어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

박사원은 다음날 정오께 포수마을에서 보낸 장정들의 안내를 받고 포수마을에 갔다. 포수마을은 험준한 바위산의 중복에 있었다. 함경산맥의 지맥(支脈)이 무산 원시림 안으로 깊숙이 뻗은 것 같은 산이었다.

포수마을은 모두 세개였는데 큰바위들의 틈에 지어졌기 때문에 밑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었으나 마을에서는 아래쪽을 환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마을 자체가 천연의 요새였으며 여기 저기에 감시소가 있었다. 지방관영의 병력으로는 쳐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을에는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겉보기에는 평화로웠다. 마을사람들이 짐승들의 껍질을 손질하고 있었는데 화전마을이나 산간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있었다. 모두 짐승껍질로 만든 겉옷을 입고 있어 추위를 타는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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