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사바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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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전날 조사대가 목격한 죽은 코끼리들은 또다른 밀렵단의 소행이었다. 열서너명쯤 되는 그들은 당나귀들을 데리고 와 상아를 운반해 갔다는 말이었다.

라닌 단장은 아연했다. 그렇게 많은 밀렵단들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벤프리드가 말했다.

“단속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단속을 받을 무리들이 아닙니다. 단속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들과 싸워 죽여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마사이라마에서 코끼리 밀렵을 하고있는 무리들의 대부분은 전과자였다. 본국에서 강도 살인 마약거래등을 하다가 아프리카에 도망온 자들과 나이로비 몸바사등 도시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던 전과자들이 밀렵자가 되었고 외인부대에서 도망쳐 나온 탈영병들이 그들과 합세하고 있었다.

나이로비에 있는 일부 사냥꾼들이 그들을 모아 밀렵단을 조직했는데 그 사냥꾼들의 뒤에는 상아를 거래하는 무역상들이 있었다. 무역상들은 날로 늘어나는 상아에 대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그들 사냥꾼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있었다.

“물론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사바나에 들어와 코끼리 사냥을 한다는 일은 위험합니다. 많은 밀렵자들이 풍토병에 걸리고 독사나 맹수들에게 물려죽고 있지만 그들은 아예 목숨을 내던진 자들입니다.”

조사대원들도 목숨을 내던져야만 될 것 같았다. 조사대는 다음날 캠프를 옮겼다. 코끼리들은 먹이와 물을 찾아 늘 이동을 하고 있었고 밀렵단들도 그 코끼리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조사단도 그들을 따라 광대한 마사이라마의 초원과 사바나를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다음날 첫 희생자가 생겼다. 경비단에 속해있던 예비역 하사관 한사람이 독사에게 물렸다. 악명높은 아프리카 맘바였다. 의무반 소속 의사와 간호원이 최선을 다했으나 혈청주사는 듣지 않았다. 환자는 다음날 숨졌다.

그 초상을 치르면서 대원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초상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초상을 치르고 있던 날 밤에 북소리가 들렸고 먼곳이기는 하나 총소리도 들려왔다. 북소리는 마사이족의 출동신호였고 총소리는 밀렵단들이 사냥을 하는 소리일 것이다. 북소리와 총소리가 들리자 사자들의 포효소리가 좀 뜸해졌다.

조사대는 다음날 새벽에 캠프를 옮겼으나 그게 쉽지 않았다. 차량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트럭들은 초원에서는 그래도 구실을 했으나 사바나에서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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