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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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잔치다’라고 누가 처음 말했을까. 그것은 천하(天下)의 거짓말이다. 10대의 어린 눈으로, 20대의 젊은 눈으로, 그후 30~60대의 청.장년과 초로의 눈으로 그 많은 우리의 선거를 지켜봤지만 어느 것 하나도 잔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선거는 잔치’라 말한 사람은 그만 천하의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1948년 역사적인 대한민국 최초의 제헌(制憲) 국회의원을 선출하던 5.10선거 때는 제주 2개선거구에서 좌.우 이념대립으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이날은 제헌국회의원 200명 중 198명만을 선출한 채 2명을 결원으로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어디 잔치인가.

1960년 이른바 3.15부정선거는 어떤가. 정.부통령을 뽑기 위한 이 선거는 금권.관권.야당탄압 등 우리나라의 모든 부정 선거의 모델을 만들어낸 대표적 선거였다. 이로 인해 4.19혁명이 일어나고, 이승만 대통령은 망명길에 올랐다. 3.15부정선거 역시 잔치일 수가 없었다.

박정희 시대 이후 30여 년간도 체육관 선거, 영.호남 분열선거 등으로 결코 잔치일 수 없었으며, 지방자치제 실시 이래 여러 해 동안 치러진 각종 선거들도 잔치라기보다는 싸움판인 예가 많았다.‘선거 망국론’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우리의 반세기 선거사에 오르내리는 선거철 용어들만 봐도 즐거워야 할 잔치와는 거리가 멀다. 금권선거, 관권선거, 공작선거, 막걸리선거, 고무신선거, 비누선거, 폭력선거가 있었는가 하면 3인조 투표, 5인조 투표, 공개 투표, 대리 투표까지 있었다. 여기에다 흑색 선전, 비방, 모략, 인신 공격, 심지어 지역 감정 부추기기까지 가세해 왔었으니 이 나라의 선거판은 솔직히 잔치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과연 즐거운 잔치가 되고 있는가. 아무리 그러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한나라.민주 양당이 무차별 쏟아내는 실천 불가능한 즉흥적인 공약 홍수라든지, 멋대로 내뱉는 말.말.말들은 속임수요 거짓말 대회장 같은 기분이 든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공약이나 호소가 아니라 오로지 당선되고, 당선시키기 위한 유권자 속임수요, 발악이요, 거짓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특히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자 벽보가 찢겨진 것을 보노라면 참말로 살벌함마저 느낀다. 이게 어디 즐거운 잔치인가. 꼭 ‘잔치’라는 표현을 쓴다면 ‘거짓말 잔치’가 제격이다. ‘선거가 잔치’라는 말, 정말 천하의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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