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 역기능·출판 상업주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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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걸(불)은 활짝 핀 불씨가 속으로 이글거리는 상태의 숯불(장작불)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젊은 비평가 고명철(33.광운대 겸임교수)의 평론집 ‘비평의 잉걸불’(새미출판.382쪽)에는 작품마다 간직된 ‘시대의 잉걸불’에 생명을 불어넣는 ‘비평의 잉걸’이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창작 현장에 선 그가 유년시절 꺼지지 않는 잉걸불에 대한 체험을 승화시키는 작업이랄까.

숱한 작가들과 만나면서 한갓 호사가의 삶의 잉여물이 되지 않겠다는 그의 직업에 대한 모종의 ‘빚의식’은 냉철한 비판의 언어로 되살아난다.

‘책 리뷰 기사’와 ‘책을 읽읍시다’ 등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타나는 매스미디어 문화권력의 역기능 역시 그의 비평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한다.

‘문화권력 비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곡해들, 출판 상업주의에 나포된 ‘마이너리그’에 대한 비판 역시 문학 안팎에서 쟁점이 된 사안들과 더불어 그가 끊임없이 놓지 않는 메타비평의 주제다.

소설가 민경헌.윤영수.공선옥.천운영.유용주.박완서.마르시아스 심.김원일.한승원 등의 작품과 생태시인 김동호.배용제.임강빈.김여정의 시작(詩作)에 대한 이야기를 독후감 형식으로 담은 2, 3부의 이야기도 그만의 독특한 문체로 입혀졌다.

또 문학적 원체험인 4.3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그는 ‘4.3 문학비평’에 대한 비판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4부 ‘파행적 근대성을 넘는 제주’에서 4편의 글로 묶어냈다.

과거에 잠복해 있는 쟁점의 불씨가 새로운 시대의 정황과 맞물리면서 다시 뜨거운 논쟁의 불을 지핀다는 그의 비평철학을 볼 수 있는 책. 값 2만1000원.

제주 출생으로서 ‘비평과 전망’, ‘리토피아’의 편집위원인 그는 저서로 ‘쓰다의 정치학’(2001년),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공저.2002년), ‘1970년대의 유신체제를 넘는 민족문학론’(2002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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