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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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위한 글을 쓰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착각'입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말하고자 하는 현상을 본의 아니게 오판하게 되면 문제의 진실과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독자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결과적 오류는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글 쓰는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숫자로 승부해야 하는 경제 기사는 더욱 그렇습니다.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한 피해야 하고, 내용 전반에 대한 이전과 이후 상황은 물론 변화하는 환경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독자를 위한 제대로운 글이 나올 수 있죠.

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오류의 연속입니다. 거의 매일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를 '핑계'로 삼아, 과도한 오만감에서 비롯된 '착각'에 빠져 다시 오류를 범하게 되는 거죠.

부끄럽지만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성숙해지고 있다는 데 위안을 삼습니다.

착각이 무서운 이유는 빠지기 쉬운데다 빠지면 헤어나지 어려운 중독성까지 갖고 있어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착각이 '늪'에 비유되고 '금물'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개인적인 관점이겠지만 최근 들어 제주도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착각'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국민 생수 삼다수'로 인한 착각입니다. 삼다수는 보물섬 제주에서만 만들 수 있는 보물입니다. 그런 삼다수의 성공 신화는 언제부터인지 청정 제주에서 만들면 삼다수처럼 될 수 있다는 포부와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합니다.

삼다수녹차와 용암해수(염지하수), 제주맥주 등이 '제2의 삼다수'를 내건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사업이 삼다수의 성공 신화를 이끈 최적의 여건-공인된 청정 원료와 균일된 품질(맛), 독점 생산 체계, 안정된 수요를 지닌 기본 생필품, 막강한 전국 유통망, 건강.웰빙 트렌드 확산에 따른 생수시장 급성장, 대중성 등-을 충족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막연하게 '삼다수처럼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갖고 수백억원 대의 예산을 그야말로 '물 쓰듯'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이 앞서는 이유입니다. 거창한 계획일수록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교훈을 새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사업 규모는 커야 한다'는 이른바 '스케일'에 대한 착각입니다. 물론 규모의 경제라는 속성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기본적으로 시장 여건이 된다면 사업 규모가 큰 게 바람직하겠죠.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보고 있노라면 '스케일 콤플렉스'에 빠진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과도한 사업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는 우려가 앞섭니다.

노면전차(트램)와 세계자연사박물관, 종합스포츠센터 등은 물론 제주국제자유도시 제2차 종합계획의 메인 사업인 복합리조트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헬스케어타운과 휴양형주거단지 등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선도 프로젝트 사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겠죠.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둔 제주관광의 핵심 성장 동력이 쇼핑아웃렛과 관광객전용카지노,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가 아니라 '올레길'을 앞세워 세계에서 공인받은 천혜의 자연적 가치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착각은 자유이겠지만 이제는 궁극적으로 제주의 가치를 살리면서 도민의 실질적인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사업들을 기대해 봅니다. 마음 속으로나마 도정 정책 입안자와 연구기관들의 건투를 빕니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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