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이트 - 목화수예점 운영 송경열씨
문화 데이트 - 목화수예점 운영 송경열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 "한 코 한 코 뜨며 인생을 배우죠"

질리고 물릴 만도 한데 전혀 아니란다.
옛날 어머니가 며칠 밤을 세우며 정성껏 짜준 옷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틈틈이 익힌 뜨개질과 자수를 23년째 해오고 있다.

주위에서 ‘뜨개 박사’로 통하는 송경렬씨(48.제주시 삼도2동).
어머니 밑에서 배워 처녀 때부터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해 온 그는 아예 수예점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제주시민회관 근처에 마련한 10여 평의 자그만 공간에서 달콤한 신혼살이를 뜨개질로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1981년 4월 5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해 3월 결혼하고 일찌기 상호를 ‘목(木)화수예점’으로 결정한 그는 오픈 날짜를 식목(木)일에 맞췄을 정도.

그 후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스무 해 넘게 이 작은 보금자리를 지켜왔다.

몇 해 전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가게 근처에 반듯한 집 한 채를 마련했지만 대학생인 큰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닐 때까지도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다.

숱한 제사와 명절을 이곳에서 치르면서 뜨개질 하나로 두 아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도맡은 것.

물론 아이들에게는 자투리 실로 직접 짠 옷을 입히며 공부를 시켰다.
공직에 몸담고 있는 남편 김창부씨(48.남제주군 도시계획)도 틈틈이 털실 배달을 하며 아내를 도왔다.

“취미 삼아 한 일이 생업이 됐네요. 애들을 키우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의 그가 지금껏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터득하려고 한 뜨개질에 대한 창작 열정과 타고난 근면함 때문이었다.

조용한 성격의 그가 말없이 지켜온 일종의 ‘장인 정신’이랄까.
그만의 옷짜는 방법과 솜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익히 소문 날 정도.
지금도 어김없이 오전 8시가 넘으면 문을 열고, 요즘처럼 주문이 많아질 때는 밤 12시까지 일을 한다.

그래서 일요일이 따로 없는 이곳엔 365일 뜨개질과 자수를 배우려는 직장인들로 늘 붐빈다.

지난 12일 이곳을 찾은 직장인 4~5명이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뜨개질을 배우고 있었다.

친구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 배우고 있다는 직장인 김미경씨(29)는 “아주머니의 뜨개질 솜씨가 정확하고 정교해 다시 뜨는 법이 없다. 다른 곳에서 배우다 얼마 전 이곳으로 옮겼다”며 김씨를 치켜세웠다.

이곳에서 한 달째 배우고 있는 송경희씨(27)도 “소문을 듣고 왔는데 친절하고 정성껏 가르쳐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거들었다.
“‘전통무늬’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무늬지요. 아마 제주지역이 뜨개질 인구도 가장 많을 거예요”.

목화수예점을 이용하던 몇몇 고객들은 밖에서 아예 가게를 차리기도 했다.
일산에서 수예점을 차린 한 단골고객은 지금도 송씨와 매일 전화통화를 하며 각종 기술을 배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관광객이 맞추고 간 옷을 서울로 배달한 적도 있었죠.”
“집중력이 필요한 뜨개질은 임산부의 태교에도 좋아요.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더 없이 좋은 것도 손뜨개질이죠. 물론 인내도 필요하지요.”

인터뷰 도중에도 쉴새 없이 손을 움직이는 그의 ‘뜨개질 예찬’은 대단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뿌듯함과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요.”
게을러선 도저히 할 수 없다는 뜨개질에 대해 그는 “100% 똑같은 옷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사람마다 ‘코’의 너비가 다르고, 사용하는 실의 굵기도 신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손이 빠른 그는 지금도 앉아서 2시간이면 모자 하나는 거뜬히 해치운다. 어린이 스웨터도 이틀 정도면 충분. 하지만 무엇보다 손뜨개질에는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 땀 한 땀에서 그는 인생을 배운다.
털실과 함께 한 삶이지만 그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했다.
“한 올 한 올 떠야 옷이 되는 것처럼 차근차근 열심히 하면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서운 칼바람이 코끝으로 느껴질 정도로 쌀쌀한 요즘 그는 한 땀 한 땀의 정성과 그만의 방법으로 이웃에게 훈훈한 열기를 지피고 있다.

ㅇ목화수예점은?
23년 전 식목일에 문을 연 이곳은 50여 개의 도내 수예점 가운데 두 번째로 생겼다.
한 번도 옮기지 않고 자리를 지킨 곳으로는 유일하다.
각종 털실 판매는 물론 다른 수예점처럼 재료만 사면 니들포인트, 십자수, 국제.동양(전통)자수 등 다양한 수예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모자, 장갑, 가방, 목도리, 스웨터, 핸들 커버, 카시트 커버 등이 주요 뜨개 품목.
예전에 많이 찾았던 등공예, 등판공예, 매듭 등은 유행이 지나 지금은 취급하지 않는다.
문의 (752)48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