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 노트 - 장영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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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이유 - 대통령 선거에 생각한다

나는 1970년대 중반에 발령을 받았다. 10년 선배가 나에게 ‘젊은 놈’이라 했다. 10년 선배는 하늘이요, 까마득하게 멀리 있던 존재였다. 그래서 나는 10년이 지나면 ‘늙은 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 10년이 흘러 1980년대 중반, 그런데도 ‘젊은 놈’이란 말을 들었다. 또 10년이 흘러 1990년대 중반에도 ‘젊은 놈’이라는 수식어는 따라 다녔다. 그러다 10년이 흘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어느 날 갑자기 ‘늙은 놈’이 되었다. 하얀 머리카락 한 오라기를 보면 신기해서 뽑을까 말까를 몇 번이고 망설이던 날이 엊그제였은데, 몇 달 사이 머리통이 하얗게 변했다. 그러니 ‘할아버지’란 말을 듣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으리….

노래방에서 중 젊은이들이 부르는 ‘존재의 이유’를 불렀다. 가사가 좋아 두 번 불렀다. 그런데 모니터가 꺼지니 이 노래 시작 부분조차 가물가물하다. 어쩜 이젠 한물 간 사람 같다.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미래가 나를 더욱 더 슬프게 하지만/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저녁 늦게 나는 잠이 들었지. 너무나 피곤해서 쓰러져 잠이 들었지.’

이렇게 시작하는 건가? 가사를 음미하며 도올이 논어 이야기를 하는 걸 되새겨 본다. 사람은 태어나 자율 속에 지내다가 통제를 받고 또다시 자율로 돌아간다고 했다.

모 신문의 만화에 보니 어느 정당 김모 명예총재가 세상 모두 빨개 보인다고 아우성치니 누군가 옆에서 빨간 색안경을 벗으란 소리를 한다. 빨간 색안경을 벗어도 모든 게 빨개 보인다나? 손자병법에서는 적군보다 수가 적을 때는 싸움을 하지 말라고 했다. 논어에서는 한 발 앞서면 눈총을 받고 반 발 앞서면 영원히 앞선다 했다.

모 신문에 누군가의 열전을 지필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건 기본이란 사실이다. 기본이 잘 서야 튼튼해진다. 철저한 분석, 냉철한 판단, 합리적 계획 그리고 집행, 결정권자일수록 이런 면에 철저해야 한다. 위에서 “바꿔” 한마디면 아래에서 얼마나 흔들리는 줄 아는가? 그렇다.

잘못된 것은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바꿀 것이면 뭐하러 계획은 세웠나? 신중해지자. 정말이지 자신의 철학을 심자. 한번 결정된 것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가는 인식이 아쉽다. 주변의 누구를 만나도 요즘 너무 바뀐다는 것이다. 뭔가 해보지도 않고 바뀐다는 것에 아쉬워한다.

자기가 책임질 줄 알고 한번 정한 것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그런 결정권자의 대담하고 소신 있고 끈기 있는 결정이 보고 싶다. 그래야 권위가 바로 서는 게 아닌가? 그 나라 최고 책임자는 그 나라의 중심에서 그 나라를 대표하라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집은 좋다. 그러나 아집은 존재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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