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행정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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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 이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또다시 행정시의 위상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때만 되면 거론되는 단골 메뉴지만,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한창인 상황이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도의원들 주장의 골자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행정시로 전환된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상실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시의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부 도의원은 공식 석상에서 시장에게 예산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도지사에게 가는가 하면 인사도 시장 마음대로 못 한다는 주장을 하고, 일부는 행정시장을 ‘로봇’에 비유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사실 행정시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대부분의 권한이 제주도에 집중되면서 행정의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측면이 상당 부분 현실로 나타난 지 오래다.


먼저 지적되는 게 행정시 공무원의 의욕 상실로, 현장에서의 느낌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탑동 앞바다 매립, 원도심 활성화 방안 등은 제주시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사업이지만 정작 제주시의 역할은 미미하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업무만 행정시로 이관하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현장에서는 항공소음 관련 사무를 비롯해 광역화가 필요한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시설 관련 업무는 제주시로 넘어온 반면 제주아트센터는 오히려 제주도로 이관된 점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행정시가 일선 읍·면·동과 제주도를 잇는 단순 연결고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이들 사이에 파다하다.


일부 행정시 공직자는 과거에는 새로운 시책 발굴에 밤을 잊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내려온 방침을 전달하는 일이 고작이라고 푸념을 터트린다.


시장이 위원회 하나 제대로 구성할 수 없는 데 무엇을 하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무사안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구태여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주어진 일만 면 되기 때문에 지금이 더 편안하다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행정시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자 매우 중요한 사안인 이유는 주민들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 4개 시·군 시절 도내 시·군 공무원들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머리를 맞대고 발굴한 주민편의 시책과 각종 정책은 전국의 수범사례로 꼽혔고, 현장의 목소리는 지체 없이 결정권자에게 보고돼 대책이 모색됐다.


지금은 어떤가.


제주가 전국 최고라는 생각은 고사하고, 일반 주민들조차 도민의 삶의 질이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읍·면 주민들은 과거와 달리 지역의 소소한 문제들에 행정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마을 지도자들은 민원 해결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물론 행정시만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최일선인 읍·면·동의 결원에도 제주시 본청은 정원 초과라는 인력 불균형을 초래하는가 하면 읍·면장 차량 감축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지역 실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


김상오 제주시장은 최근 도의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취임 6개월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효율성과 능률을 감안하면 (현재의) 행정시장이 바람직하고,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직선제 시장이 바람직하다.”


결국 행정체제개편 이든 행정시 권한 강화든 간에 핵심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제 와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지만 제주에서 행정체제개편 논의의 시초는 행정 내부의 필요성 때문 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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