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언제쯤 도민과 함께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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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고객 만족도 전국 1위’

‘2011년 제주경찰을 가장 빛낸 10대 뉴스’의 첫 번째를 장식했던 헤드라인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해 세밑을 맞아 도민과 경찰이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를 거쳐 득표 순으로 결정한 결과였다.

제주경찰은 경찰청 고객만족 모니터센터가 지난해 하반기 경찰을 접촉한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에서 전국 16개 지방청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자 이를 자랑스럽게 내놓았었다.

민원, 112 신고 처리, 교통사고 조사, 수사·형사 등 각 분야별 만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절반을 넘긴 최근의 조사 결과는 제주경찰의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 치안고객 만족도가 전국 10위로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제주경찰 서비스에 대한 도민 만족도가 전국 최고에서 중하위권으로 추락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잣대만으로 제주경찰의 전부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올 들어 제주경찰이 도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 5월 제주동부경찰서의 한 지구대에서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던 30대가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 지구대 소속 경찰관 19명은 최근 욕설을 퍼붓는 취객 등 27명에게 집단적으로 손해 배상(2800만원) 지급 명령을 신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중구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하면서 언급한 대로 “경찰관들이 오죽 시달렸으면 그렇게 했겠느냐. 취객들로 인해 공권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심정을 기자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상습적으로 술을 마신 후 행패를 부리는 주폭(酒暴)들에게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형사처벌로 엄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모욕죄 등 단순 사안까지도 ‘돈 문제’를 결부시키는 경찰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도민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트위터 등에서도 논란이 가열, “경찰이 민사소송을 준비하면 본업인 민생치안을 소홀하게 된다. 공권력의 향기에 취한 듯하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지난달에는 서귀포경찰서의 한 파출소 순찰차를 놓고 술을 마시고 지나가던 시민이 운전대를 잡고 주행하는 일도 있었다.

제주동부경찰서에서는 경찰에 임의동행 중이던 50대 여성이 자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올해 초 설명절 연휴 기간에는 한 경찰관이 만취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빚더니 지난달에도 또 다른 경찰관이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됐다.

최근 제주에 홀로 관광 온 40대 여성이 올레길 탐방 중 실종된 지도 1주일을 넘겼고, 서귀포시지역에서 집을 나선 후 열흘 넘게 연락이 끊긴 90대 할머니의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범죄와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자칫 제주사회를 불안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 달 전 취임한 이중구 청장이 강조한 대로 “제주도민 보호와 관광지 안전 치안을 위해 때로는 위험도 무릅쓰겠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지켜볼 뿐이다.

앞으로 제주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던 기강 해이나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 하고 다시 ‘치안고객 만족도 최고’가 ‘2012년 10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범 사회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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