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마법이며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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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2년 6월.

대한민국은 열정과 흥분으로 여름의 더위를 잊었다. 마치 마법에 빠진 느낌이었다. 바로 한·일 월드컵축구 대회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포르투갈을 비롯,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강국을 꺾으며 4강에 이르는 기적을 이뤄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생전 또 다시 이러한 위업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했다.

포르투갈 전에서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왼발로 강슛, 골을 터트린 후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던 박지성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을 물들였던 태극기 물결. 2002년 6월은 너와 나 구분 없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어찌 이러한 감동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겠는가.

1995년 6월 24일.

남아공 사람들은 이날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남아공에서 럭비월드컵이 열려 남아공이 우승한 날이다.

이날 남아공의 우승은 다른 나라의 우승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1년 전인 1994년에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백인들의 불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흑인을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수십 년 동안 진행된 데다, 흑인이 정권을 가지면서 백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럭비는 백인들의 스포츠라고 여기며 인종 차별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은 과거에 경기가 열릴 때면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일조차 흔했다.

그러나 당시 월드컵에서 남아공 팀이 승리를 이어가자 피부색의 구분없이 모두가 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뉴질랜드팀과 결승전이 열린 이날 만델라 대통령은 대표팀 유니폼 색깔인 초록색 옷을 입고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때 경기장에 있는 6만 명이 넘는 대부분의 백인 관중들은 ‘넬슨, 넬슨’을 외쳐댔다. 백인에 의한 고난의 대명사 만델라가 백인을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에 관중들은 감동했다.

경기장 밖 흑인들도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어 대표팀이 우승하기를 염원했다. 결국 약체 팀으로 분류되던 남아공이 우승컵을 거머쥔다.

남아공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나라는 마법으로 빠져들었다.

더 이상 흑백으로 나눠 싸우던 나라가 아닌 것이다. 흑인들은 백인을 용서했으며, 백인들은 죄를 인정하며 흑인들이 같은 국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남아공의 이날 감동은 지난해 3월 국내 개봉된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격렬한 스포츠인 럭비가 한편의 시(詩)가 된 것이다. 그것도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곳에서 말이다.

스포츠 사상 가장 아름답고 경이에 찬 경기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내일(28일)오전부터 내달 12일까지 런던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린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사기가 많이 꺾인 상태다. 이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또 최근에는 일부 은행이 대졸자와 고졸자를 차별해 고졸자에게 대출 금리를 높이는 일조차 발생해 국민들이 분노를 쏟아냈다.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런 천박한 일 때문에 국민들이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이 쏟아져 국민들의 우울한 심정을 달래줬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구슬땀으로 이뤄진 그 메달들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한편의 시(詩)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박상섭 편집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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