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緘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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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불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노령으로 인한 거동 불편이다. 제대로 걷지를 못하거나 워낙 노쇠하게 되면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가끔 리어카 등에 실려 나와 가족의 도움으로 투표하는 것을 볼 때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나이에 관계 없이 중병을 앓은 경우도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경조사(慶弔事) 등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기권하는 수가 있다.

문제는 몸도 성하고 별다른 일도 없는데 소중한 한 표를 버리는 사람들이다. 공휴일인 대통령 선거일을 노는 날로 착각해서인지 놀러는 다니되 투표소엔 안 가는 유권자들이 많다. 더욱 한심한 것은 외국 나들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일 바로 직전에도 선거를 제쳐두고 해외로 나간 골프족들이 많다. 분명 괘씸죄에 해당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마땅한 후보자가 없어 기권했노라”는 사람도 종종 본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자랑하고 다니는 축들이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등의 남다른 이유를 내세워 선거를 외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말은 꼭 있는 법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멀쩡한 데다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투표일을 노는 날로 악용하거나 정치 혐오, 정치무관심을 부추기는 등 주권을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리는 국민들이 적지않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대통령 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주권(主權) 행사와 참정권(參政權) 행사의 포기다. 이는 곧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양대 권리 중 하나인 선거권을 내팽개치는 처사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기권하는 유권자가 많으면 전국의 표심(票心)이 왜곡돼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가 있다. 따라서 투표를 기권하는 일은 국민임을 포기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모임이나 공동 사업에는 무관심이다가 일이 잘못되면 비판만 일삼는 사람이 있다. 선거에는 불참해 놓고 대통령 탓만 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는 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그렇기에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기권한 유권자들은 미안하지만 앞으로 5년간 함구(緘口)속에 세월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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