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취재기자 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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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16대 대통령 선거는 기존 정치인들의 선거판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국민들의 ‘세몰이판’이었습니다.
원로정치인이나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 유력인사들의 영향력이 사라진 대신 그야말로 ‘개미군단’이 조직적으로 의사를 집약시켜 나간 ‘민중 쿠데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이번에 나타난 현상이 우리 정치에 어떠한 형태로 자리잡을지가 연구과제로 남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전통이 이어졌습니다.
13대 대선 때 노태우 후보, 14대 대선 때 김영삼 후보, 15대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여세를 몰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처럼 역대 대선에서 제주지역 1위가 대선 고지를 차지한 데다 지역색도 옅어 제주가 전국 민심의 풍향계 구실을 하면서 지난 3월 실시된 민주당 국민경선 때부터 후보들은 제주의 민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전국 유권자의 1.1%에 불과한데도 각당은 제주도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이번 16대 대선에서도 제주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물리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전통이 재현되자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국 개표 집계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개표 초반 1시간 가까이 앞섰다가 개표율 20%가 넘어서면서 노무현 당선자가 추월하기 시작해 승세를 굳혔으나 제주지역에서는 초반부터 노 후보가 줄곧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도내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으며 이 후보와 16%포인트 가량 격차를 벌린 노 후보의 압승으로 개표가 마감됐습니다.
제주지역은 전통적으로 지역색이 엷은 데도 양강구도 선거에서 보기 드물게 큰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과 제주 득표율이 많은 차이를 보여 사실 ‘제주=대선 풍향계’라는 등식과는 거리가 좀 멀었습니다.
도내 43개 읍.면.동 가운데 유일하게 제주시 삼도1동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앞섰으며 우도면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제주시 지역의 경우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7개 광역의회 선거구 중 단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이 승리했던 곳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지방선거 때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습니다.

○…16대 대선 개표는 지난 19일 투표함을 연 지 3시간 남짓 만에 당선 윤곽이 드러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전자개표기 덕에 역대 선거 때와는 달리 도민들이 밤잠을 설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주지역 4군데 개표소에서는 차질없이 개표가 진행돼 자정 이전에 대부분 개표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투표 마감 이후 각 투표소에서 집계된 총 투표수와 개표소에서 개표 마감 이후 집계된 투표수가 달라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전자개표기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16대 대선 투표율이 전국 평균 70.2%에도 못 미친 가운데 대선 사상 가장 낮은 68.6%에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감귤 수확철과 겹친 탓인지 이례적으로 도시지역보다 농촌지역의 투표율이 낮았습니다.
이는 지방선거와는 달리 대선에선 지역색이 엷은 제주도 정서상 부동층이 두터운 데다 감귤 수확철 등 농번기와 겹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대선은 선거운동 양상이 과거 조직을 앞세운 ‘보병전’에서 미디어와 인터넷이라는 첨단기기를 앞세운 ‘고공전’으로 바뀐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만~수십만 명의 청중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던 대규모 군중 유세가 사라지고 유권자를 찾아다니는 소규모 게릴라 유세가 새로운 유세문화로 등장했습니다.
특히 인터넷 정치가 활발하면서 재기발랄하고 참신함이 돋보인 사이버 선거운동이 치열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불법 선거운동 양상이 과거에 흔하던 폭력사태, 향응 제공, 흑색인쇄물 배포, 단체관광 등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인터넷을 통한 상호비방 등 사이버 선거사범이 크게 늘었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적발한 대선사범 11명 가운데 지난 대선 때 없었던 사이버 선거사범이 8명으로 73%를 차지한 점이 이를 반영합니다.
사이버 선거문화가 정착되면서 나이 및 성별 구분없이 대중화된 인터넷을 이용한 후보 비방 및 불법 선거운동이 새로운 선거사범으로 떠오르자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 등도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 단속에 총력을 모았습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는 인터넷이 톡톡히 한몫을 했습니다. 실제로 투표를 몇 시간 앞두고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가 노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자 인터넷 각종 게시판에는 노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가 물밀듯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정 대표의 지지 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19일 새벽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는 ‘노무현을 지지해 달라’는 노 후보 지지자들의 당부가 게시판을 장식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네티즌들에게 선거 참여를 당부하는 호소가 쏟아지면서 인터넷상에서는 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대결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는 인터넷을 애용하는 20~30대의 지지를 얻은 노 후보의 승리로 나타나 인터넷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16대 대선 종료를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아마 ‘대선 한파’를 톡톡히 치른 특급호텔 종사자들일 것입니다.
지난달 27일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예년 같으면 동창회 등 각종 송년 모임이 봇물을 이루던 연회장 예약이 뚝 끊기고 여행심리 위축으로 객실예약률까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특급호텔들은 선거가 끝남에 따라 다가올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특수와 함께 그동안 불법 선거로 오인될까봐 연기했던 각종 행사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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