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묘약(妙藥)인가 독약(毒藥)인가
술, 묘약(妙藥)인가 독약(毒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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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씨를 심고 있는 이 세상 최초의 인간 앞에 악마가 나타나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인간은 아주 훌륭한 식물을 심는다고 대답하자 악마는 ‘이런 식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간은 “이 식물에선 달고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데 그 열매의 즙을 마시면 매우 행복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악마는 자신도 같이 마시게 해달라며 양과 사자, 돼지, 원숭이를 끌고 와서 죽인 다음 그 피를 비료로 뿌렸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다.

술을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하다가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광폭해지고 거기서 더 마시면 돼지처럼 지저분해지며, 도를 넘게 되면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런 모습이 된다. 이것이 사람의 품행에 대한 악마의 선물이다.(탈무드에서)

서양과 달리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술을 권하는 사회가 우리나라 이다.

대한민국에서 술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항상 술이 등장한다. 술은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곁에 놓인 가장 친근한 위안이자 향기로운 벗이지만 남용하면 사회의 근간을 파괴하는 무서운 독(毒)이 되기도 한다.

최근 제주경찰은 술만 마시면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려 제주시 연동의 한 마을에서 공포의 대상이 된 A씨를 구속했다.

지난달 출소한 A씨는 출소 후 11일 만에 술에 취해 8건의 범행을 저질렀는데 마을 주민들은 “A씨가 사라지자 온 동네가 조용해졌다”고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폭력사범은 모두 2432명으로, 이 가운데 35.6%인 867명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주폭(酒暴)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경찰에 검거된 공무집행 방해 사범 178명 중에 이같은 주폭이 72.4%인 129명으로, 상당수 범죄가 술에 취한 채 벌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상당수 범죄가 술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오래전부터 술에 대해 너그러운 우리사회의 분위기가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술김에 행하는 주취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범죄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경찰이 올해부터 주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거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묵인되거나 가볍게 처벌되던 관행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법원도 주폭에 대해 엄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최상위의 알코올 소비국가이다. 고급 위스키의 수입량도 최고를 달리고 있고 여성 및 청소년들의 음주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한국 음주문화를 접해본 외국인들은 한국을 ‘술의 천국’이라고 표현한다. 결코 반가운 말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인간관계에 있어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어 서로 통하게 하는 묘약(妙藥)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원인이 되는 독약(毒藥)이다.

술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실천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묘약이자 독약인 술을 담는 잔은 아주 작지만 그 작은 잔 속에는 마시는 사람의 인격과 삶의 희로애락, 그리고 폭력도 들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적당히 마셔서 순한 양이 되는 것은 좋지만 정도를 넘어서 사자처럼 광폭해지거나, 돼지처럼 지저분하거나,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

<조문욱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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